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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적 성폭력'이 내포하는 것 - 국제컨퍼런스 후기



“ '우리는 ‘여성의 절망으로 혜택을 보는 이들이 누구인가?’ 를 생각해야 합니다.” “ ‘Who benefits from women's misery?’ is what we must think about.” 로힝야 대학생이자 로힝야자유연합 활동가인 야스민 울라(Yasmin Ullah)는 국제컨퍼런스에서 일생을 피난민으로 살아온 어머니의 20대 시절을 회고 하였습니다. 태국으로 탈출하기 위해 당시 1 살배기 아기였던 자신을 안고 배에 몸을 실었던 어머니가 남성들뿐인 배에서 당했던 일들과 이후 여성으로서 반복적으로 참아내야 했던 모멸과 수치, 공포의 시간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그들(미얀마 군부)은 우리를 비인간화하고 자존감을 말살하고 짓밟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전쟁 중에 성폭력을 당한 여성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가정과 마을 단위에서 남편을 포함한 남성들의 ‘거세된 남성성의 극복’이라는 도취적 욕망 아래 또 다시 희생되곤 합니다. 그녀는 ‘여성의 절망으로 혜택을 보는 이들이 누구인가?’ 의 질문을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질 것을 당부합니다.


보이지 않는 무기로서의 ‘제노사이드적 성폭력 (genocidal rape)’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대량 학살에서 이용 되어져 왔습니다. 컨퍼런스의 다른 발표자였던 라흐만 베검(Rahman Begum)에 따르면 1) 정신을 잃어 죽음에 다다르게 하는 성폭력 2) 강압적 임신 3) 여성생식기절단 으로 명명될 수 있는 제노사이드적 성폭력은 2017년 로힝야 사태에서도 그랬듯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물리적 폭력의 효율성을 무한히 강화할 수 있는 ‘손쉽고도 준비된’ 책략으로 역사적으로 늘 묵인되어 왔습니다. 제노사이드적 성폭력이 멈추어야 하는 이유는 전쟁이 참혹해서 이기도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의 트라우마는 마을주민들에게 개인과 마을 전체에 오랜 시간동안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또 다른 상처와 아픔의 흔적들을 남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피해생존자에게는 인간개체의 존재로서의 생존을 넘어서 생존자들이 ‘자아’의 의미를 다시 부여할 수 있고 이로써 마을에 ‘일상’의 의미가 복원되어질 수 있는, 공동체가 사회적, 정신적, 문화적, 감성적, 영적 존재로서 의미를 재생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시아에서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수많은 학살들이 있어왔습니다. 1965년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정권 아래 일어난 대학살을 비롯하여 1968년 캄보디아, 1971년 동파키스탄, 지난 25년 간 스리랑카에서. 소수집단의 권력 유지와 확장을 위해 수천 명의 평범한 사람들의 생의 끈이 수천 번에 걸쳐 잘려져 나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백 명이 강제징용과 성노예를 경험해야 했고, 위안부피해 할머니가 20명도 채 살아있지 않은 현재의 시점에서 아직도 당사자들이 과거의 낙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쟁의 전선에 서한다는 건 가슴 아프기도 한 동시에 인류라는 공동체에 대해 깊은 회의감이 들게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로힝야 사람들이 '생의 권리'를 국제사회에 끊임없이 외쳐야 하는 현실을 ‘그들만의 불행’ 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로힝야의 운명과, 미얀마의 다른 억압받는 무슬림소수민족들의 운명과, 전쟁의 효율성 증대를 위한 '여성의 몸의 수단화‘와 ’남성성 권력 도취의 정당화‘ 라는 허상 아래 희생당한 모든 피해자들의 운명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우리는 어렴풋이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연결망은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직접적이고 실질적이고 촘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국제컨퍼런스를 마치고 그 다음 다음 날인 오늘,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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