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저자와의 대화 후기


플랜엠에서 근무하고 계신 아디 회원 박해주 님이 쓰신 독서모임 후기 글입니다.


결론이라 생각하면 힘들지만 과정이라 생각하면 나을 것, 더 나아질 것!


박해주 회원님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다름 아닌 나일 수 있겠구나…’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하고도 무엇이 잘못된 지도 모르는 어떤 정치인, 난민 혐오 발언을 하고도 당연히 자국민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었다고 댓글을 단 어떤 악플러. 악의를 가지고 타인을 차별하는 일부의 사람들만이 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한 저에게 그 누구도 심지어 나도 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서늘한 메시지는 저도 몰랐던 제 안의 차별적인 관념,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부끄러운 과거의 저를 발견하게 했습니다. 그 과정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의 부끄러운 과거를 아프게 받아들이고 모든 대화에서 신중하게 말을 골라가며 하는 저 스스로가 이전보다는 조금 더 나아진 것 같아 힘들지만 뿌듯했습니다. 이렇게 나 스스로와 힘겹게 싸우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차별적인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차별적인 말과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고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벌컥 화가 냈고 일일이 싸웠기에 요즘의 저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책모임과 저자와의 대화가 있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 망설임 없이 신청한 것은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간절히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저와 비슷한 생각으로 참여하셨던 분들이 많았던 것일까요? 책모임과 저자와의 대화에서 나왔던 다른 참가자들의 질문은 저 역시도 궁금하고 고민하던 지점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저와 비슷하게 차별적인 표현을 피하려고 계속해서 의식하다 보니 대화 자체가 힘들어진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묻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에 김지혜 작가님은 본인의 어머니께서 휠체어 장애인이신데 딸인 자신이 어머니에게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꺼려진 적이 있다고 하시며 우리가 장애인을 비하 혹은 희화화하는 표현들과 그 기저에 흐르는 것, 즉 장애인을 부족하거나 모자란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 동일했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장애인이라는 말을 써야할 때 쓰지 못하는 상황도 생기는 것 같다고도 하셨습니다. 표현 자체를 두려워하기보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의 기저에 내가 어떤 시각을 담고 있는지만 명확하다면, 혹은 실수를 하더라도 계속해서 고치려고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나의 실수가 결론이라고 생각하면 힘들 것이지만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나을 것이라고 덧붙여주셨습니다.

학부 때 사회복지를 전공하신 분은 당시 장애인 체육시설에 대해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반대 의견을 내시던 교수와는 달리 정작 장애인들은 장애인 체육시설을 필요로 한다고 적극적으로 찬성하던 모습에서 이론과 현실 사이의 갭을 느꼈다고 하시며, 누구의 이야기를 들어야할 지 어려우셨던 경험을 나눠주셨습니다. 이에 김지혜 작가님께서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교수는 사회적 권위자로서 중립적 위치를 점하고 당사자의 이야기는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는 식의 관점이 여전히 많다며 이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론도 결국에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당사자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장애인 체육시설이 교수의 말처럼 사회통합 면에서 맞지 않는 해결책일 수 있으나, 현재 장애인이 물리적·심리적으로 편안하게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 자체가 없거나 그 수가 매우 적은 상황이기 때문에 실질적 평등 면에서 장애인 체육시설을 짓는 것이 상황에 따라서는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크니즘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슈에 대한 질문도 있었는데, 김지혜 작가님은 그 부분이 책을 쓸 때도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라고 말씀하시며 우리 사회가 작가님께서 느끼시는 것보다 훨씬 경쟁이 심하고 안정적인 지위를 갖기 위한 노력이 당연시되는 사회라 더욱 이슈가 되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비정규직 내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차별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만든 경우가 있고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라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경우 차별과 더불어 경제적 불안과 미래를 계획할 수 없는 불안정성, 그리고 불안정성이 주는 억압까지 주어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주어는 누구인가?’라는 흥미로운 질문도 있었는데요. 나일 수도, 너일 수도, 우리일 수도, 모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지혜 작가님은 이 책은 본인의 고민이 담긴 책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인지 능력과 인간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려고 하기보다 도움이 되고 싶다는 동기를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믿음을 함께 담은 책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고, 그 사회가 차별이 없는 사회라면 다양한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하고 끊임없는 생각을 하는 것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 차별금지법으로 대표되는 차별하지 않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2시간의 길다면 긴 저자와의 대화였지만 못다 한 이야기가 너무 많아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저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역시나 큰 위로였고, 나아가 저를 덜 소모하면서 더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팁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첫째, 현재의 상황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음을 아는 것과 변화는 즉각적이지는 않지만 더디더라도 조금씩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내가 실수할 때에는 열린 자세로 인정하고 계속해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내가 마주하는 사람들을 범주화하거나 일반화하지 말고 궁금해하고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살아가는 사회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어떤 기준으로 세팅되어 있고, 누군가를 차별 혹은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예민함을 벼리고 또 벼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깊은 위로와 배움을 나눠주신 김지혜 작가님과 함께한 참가자분들, 그리고 자리를 마련해주신 아디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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