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Connect Talks - 예술하며 육아하는 삶 속에서 작업하기

2023-08-28
조회수 298


  태풍이 예고된 수요일 밤. 우리는 일기예보로 마주한 태풍을 뒤로하고 또다시 커넥트톡을 위해 뭉쳤다. 이번 회차는 예술과 여성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김다은 작가님(사실 작가님이라고 한정적으로 칭하기엔 너무나도 다채로운 정체성을 가진 분이시다.)의 도서들 중 <자아, 예술가, 엄마>라는 책을 중심으로 하는 시간이었다.


  흔히 예술가들이 매우 자유로운 존재일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이는 그들 중 대다수가 프리랜서이거나 일반적인 직장인에 비해 비교적 얽매이지 않는 생활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예술가들에게도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은 여타의 부모들과 동일하게 찾아온다. 어느 날 갑자기 나와 너의 조합이었던 우리라는 세계가, 나와 너에 ‘아이’라는 존재까지 더해진 새로운 세상으로 확장되고 또 변모하는 것이다. 누구나 그러하듯 부모됨은 낯설다. 지금 장성한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도 그 나이대에 특정한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자녀를 마주하는 상황은 처음이기에, 모두에게 있어 부모됨은 매 순간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예술가인 부모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예술가인 엄마의 이야기에서 무엇을 엿볼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이 ‘동질성’과 ‘보편성’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 직업인 여성으로서의 나’와 ‘한 생명체의 보호자이자 양육자인 나’, 그리고 또다른 사회적 역할들이 나라는 한 명의 사람 안에서 공존하는 정체성의 소용돌이를 마주하는 대다수의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 다수의 여성에는 나처럼 미혼이지만 오늘날까지 수많은 간접 경험을 해왔던 여성들도 포함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동질성과 보편성을 바탕으로 <자아, 예술가, 엄마>, <자아, 예술가, 아빠>는 시작되었다. 특히 <자아, 예술가, 엄마>는 김다은 작가님의 경험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에서 시작하여 작가님 주변의 비슷한 경험이 있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로 확장되었고, 그것이 도서로 출판되고 강연으로 전달되면서 많은 사람들과 공유되는 과정을 통해 꽃피웠다. 나는 이러한 개인의 서사가 사회적으로 확장되고 또 이것이 다수의 공감 속에서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씨앗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차원을 넘어 여성의 서사로도 볼 수 있으며, 여성의 서사가 우리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이야기의 소재이자 본질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걱정하게 되는 경력단절과 양육의 스트레스. 조금 더 나아가면 ‘나’라는 자아가 길을 잃게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이성을 되찾을 즈음에는 다시 예전에 스스로가 속했던 영역(김다은 작가님에게 있어서는 예술)과 현재 내가 속한 영역(김다은 작가님에게 있어서는 양육과 엄마됨)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을 시작한다. 물론 이 노력은 순탄치 않다. 여전히 일과 가정의 양립은 완벽하게 성립되기가 어려운 명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것은, 지금-여기(here and now)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다양한 방법과 시도로 연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시도 중 하나를 커넥트톡을 통해 함께 하게 되면서 마음 한 켠이 뭉근하게 따뜻해져 오는 오묘한 감각을 느꼈다.


  다른 한 편으로 실천학문인 사회복지를 전공한 내가 이번 회차의 예술인 부모 이야기를 바라보는 지점에는 개인으로서의 내가 갖는 관점과는 또 다른 맥락이 있다. 사실 듣는 내내 예술인 엄마 혹은 아빠를 지원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우리가 보편적이고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형태의 가정을 제외한 다수의 부모를 지원하고 지지해줄 수단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못했으나, 많은 예술인들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기에 현재 제도권에서 만들어 둔 복지 정책의 영역으로는 포괄될 수 없는 지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가? 정답은 ‘그럴 수도 있으나, 그것이 최선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비록 초보 연구자의 짧은 식견이나, 이럴 때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기존에 있던 정책의 적용 대상을 보다 두텁게 하여 포용적인 지원의 체계로 정비하는 방안과 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보편적이면서도 섬세한 정책의 결정과 적용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테면 현재 자녀를 출산할 예정이거나 출산한 가정에 지원되는 다양한 가족복지와 아동복지(여기에는 보육을 포함한다) 정책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양육자 중 1명 이상이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직장인을 기준으로 하거나 그에 준하는 상황을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때문에 프리랜서로 일하는 이들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좀 더 세심하게 고민하고 반영하지 못한 공백의 지점이 생긴 것이다. 특히 여러 직업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현대 사회에서 직업과 상황의 다양성을 반영한 ‘기초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만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의 생활 전반에 있어 모든 일이 그러하지만, 어떤 정책과 제도라도 흠결없이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더디더라도 조금씩 변화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번 회차의 커넥트톡은 김다은 작가님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하여 우리 사회의 기혼 여성들의 고민으로 나아갔고, 누군가가 정책과 제도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 커넥트톡이 내 안의 또 어떤 질문을 불러일으킬지 기대하며 이만 글을 줄인다.


주소 :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동 60-14 가산KS타워 1207호  | 전화번호 : 82-2-568-7723 | 이메일 주소 : adi@adians.net 

고유번호 : 859-82-00276 | 대표자 : 박상훈

유엔 ECOSOC 특별협의지위 자격단체

기재부 고시 지정기부금단체 (기부금영수증 발부)


COPYRIGHTⓒ2016 ADI All rights reserved. 

SITE BY SANCHA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