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3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과연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는 이슈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 그리고 어떤 관점으로 그러한 이슈를 바라보고 있을까? 또 어떠한 행동으로 이슈에 반응하고 있을까?
7월 29일에 진행된 (사)아디의 행사 “커넥트톡”에서 만난 이슈인 노량진 육교 위의 삶, 그리고 구시장 상인들의 투쟁은 사실 나에게 낯선 주제였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보는 뉴스채널에서도 언급되지 않고, 매일 등하교를 하거나 출퇴근을 하면서 챙겨보았던 MZ가 사랑하는 뉴스레터 애플리케이션(혹은 이메일)에서도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던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량진 수산시장의 현주소와 갈등상황,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단편적으로나마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상이 너무나도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솔직하게 고백한다면, 나는 커넥트톡 강의 이전에 이 문제와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이전 회차의 주제였던 제주 해군기지와 강정마을 이슈는 어렴풋이라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번 회차의 주제는 그 정도도 알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나를 둘러싼 세계의 폭이 좁아서 그 이상을 보지는 못했다는 생각에 절로 반성하게 되었다.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요.”라고 외치면서 아디에서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조차도 무지하고 안일하게 넘어갔던 이 현실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갖가지 느낌과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부끄럽고 개탄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은, 21세기에도 무차별하고 무분별하게 자행되고 있는 권력에 의한 폭력이다. 그것이 수산협동조합(이하 수협)이 되었든, 서울시와 동작구청이 되었든, 아니면 이들이 고용한 용역업체와 그 직원들이 되었든 폭력은 매순간 상인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는 그러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을 것이다.)
은석 감독님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면 그것들이 날 것 그 자체로 담겨있다. 용역업체의 직원이 무자비하게 상인들을 구타하는 모습, 수협 측에서 온 사람들이 물대포와 소화기 분사로 상인들 및 시민들에게 맞서는 모습, 공권력인 경찰이 편파적인 자세로 시위를 진압하려는 모습까지. 모두가 지나치게 날 것이어서 각각의 장면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믿을 수 없다고 생각될지라도 현실에서 나타나는 현상 그 자체에 집중하고, 그것을 마주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은석 감독님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된 것일테고, 앞으로도 이런 기록의 작업들이 계속될 것이다. 이번 사태도 그러한 자세와 태도를 가지고 살펴보는 것이 선행되고, 그것이 어떠한 방식의 의미 있는 행동으로 연결되어야 인간다운 방식으로 매듭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연과 대담 내내 마음에 걸렸던 또 하나의 측면은 언론의 일방향적 보도이다. 언론이라는 것의 특성상, 이들은 각자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논조에 기반하여 특정 주제에 관한 영상이나 기사 등을 생산한다. 그래서 노량진 수산시장의 현대화 사업에 관해서도 수협이나 정부기관들에 호의적인 측면에서 서술되고 묘사된 것들이 대부분이다.[1] 가령 수산시장의 현대화를 막아서는 상인들이 얼마나 비합리적인지, 수협 직원들의 답답함은 무엇인지, 해당 사업을 통해 얻을 이익이 무엇인지 등에 집중하고 있다. 온전히 한 쪽의 렌즈만을 통해 현상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발생한 기이한 형태의 불균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함께 보았던 다큐멘터리가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여도 반갑게 느껴졌다. 날것 그대로, 현장감 있게, 또다른 목소리와 얼굴을 담아내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서 더욱 문제라고 보는 것은, 강연 후 찾아보았던 나무위키 페이지였다.[2] 나무위키라는 사이트 자체가 어떠한 신뢰도를 담보할 수 있는 지식이나 정보의 집합체는 아니다. 그러나 다수의 대중이 너무나도 손쉽게 접근하여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창구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그 자체로 논란을 키울 여지가 있다는 생각에 도달할 것이다. 특히 커넥트톡에 참여했거나, 시민단체 혹은 개인으로서 이 이슈에 대해 어느 정도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해당 페이지를 살펴보는 즉시 우리 사회가 가진 단면이 적나라하게 보일 것이다. 동시에 부끄러움과 당혹스러움, 기울어짐이 주는 폐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편향된 정보가 즐비하기에,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이번 커넥트톡 강연과 <시장으로 가는 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마트료시카처럼 겹겹이 산재한 나의 껍데기 중 하나를 깨고 나올 수 있었듯이, 또다른 누군가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에 존재하는 여러 이슈들을 조금 더 넓고 깊게 보면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묵묵히 걸어가는 순례자처럼 외롭고 고독하기 보다는 조금 더 온기를 느끼며 함께 할 수 있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기를 바란다.
[1] https://www.sedaily.com/NewsView/1ZA9XYU7HH
[2] https://namu.wiki/w/%EB%85%B8%EB%9F%89%EC%A7%84%EC%88%98%EC%82%B0%EC%8B%9C%EC%9E%A5/%ED%98%84%EB%8C%80%ED%99%94%20%EA%B0%88%EB%93%B1%EB%AC%B8%EC%A0%9C
7월 29일에 진행된 (사)아디의 행사 “커넥트톡”에서 만난 이슈인 노량진 육교 위의 삶, 그리고 구시장 상인들의 투쟁은 사실 나에게 낯선 주제였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보는 뉴스채널에서도 언급되지 않고, 매일 등하교를 하거나 출퇴근을 하면서 챙겨보았던 MZ가 사랑하는 뉴스레터 애플리케이션(혹은 이메일)에서도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던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량진 수산시장의 현주소와 갈등상황,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단편적으로나마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상이 너무나도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솔직하게 고백한다면, 나는 커넥트톡 강의 이전에 이 문제와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이전 회차의 주제였던 제주 해군기지와 강정마을 이슈는 어렴풋이라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번 회차의 주제는 그 정도도 알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나를 둘러싼 세계의 폭이 좁아서 그 이상을 보지는 못했다는 생각에 절로 반성하게 되었다.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요.”라고 외치면서 아디에서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조차도 무지하고 안일하게 넘어갔던 이 현실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갖가지 느낌과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부끄럽고 개탄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은, 21세기에도 무차별하고 무분별하게 자행되고 있는 권력에 의한 폭력이다. 그것이 수산협동조합(이하 수협)이 되었든, 서울시와 동작구청이 되었든, 아니면 이들이 고용한 용역업체와 그 직원들이 되었든 폭력은 매순간 상인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는 그러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을 것이다.)
은석 감독님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면 그것들이 날 것 그 자체로 담겨있다. 용역업체의 직원이 무자비하게 상인들을 구타하는 모습, 수협 측에서 온 사람들이 물대포와 소화기 분사로 상인들 및 시민들에게 맞서는 모습, 공권력인 경찰이 편파적인 자세로 시위를 진압하려는 모습까지. 모두가 지나치게 날 것이어서 각각의 장면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믿을 수 없다고 생각될지라도 현실에서 나타나는 현상 그 자체에 집중하고, 그것을 마주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은석 감독님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된 것일테고, 앞으로도 이런 기록의 작업들이 계속될 것이다. 이번 사태도 그러한 자세와 태도를 가지고 살펴보는 것이 선행되고, 그것이 어떠한 방식의 의미 있는 행동으로 연결되어야 인간다운 방식으로 매듭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연과 대담 내내 마음에 걸렸던 또 하나의 측면은 언론의 일방향적 보도이다. 언론이라는 것의 특성상, 이들은 각자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논조에 기반하여 특정 주제에 관한 영상이나 기사 등을 생산한다. 그래서 노량진 수산시장의 현대화 사업에 관해서도 수협이나 정부기관들에 호의적인 측면에서 서술되고 묘사된 것들이 대부분이다.[1] 가령 수산시장의 현대화를 막아서는 상인들이 얼마나 비합리적인지, 수협 직원들의 답답함은 무엇인지, 해당 사업을 통해 얻을 이익이 무엇인지 등에 집중하고 있다. 온전히 한 쪽의 렌즈만을 통해 현상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발생한 기이한 형태의 불균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함께 보았던 다큐멘터리가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여도 반갑게 느껴졌다. 날것 그대로, 현장감 있게, 또다른 목소리와 얼굴을 담아내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서 더욱 문제라고 보는 것은, 강연 후 찾아보았던 나무위키 페이지였다.[2] 나무위키라는 사이트 자체가 어떠한 신뢰도를 담보할 수 있는 지식이나 정보의 집합체는 아니다. 그러나 다수의 대중이 너무나도 손쉽게 접근하여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창구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그 자체로 논란을 키울 여지가 있다는 생각에 도달할 것이다. 특히 커넥트톡에 참여했거나, 시민단체 혹은 개인으로서 이 이슈에 대해 어느 정도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해당 페이지를 살펴보는 즉시 우리 사회가 가진 단면이 적나라하게 보일 것이다. 동시에 부끄러움과 당혹스러움, 기울어짐이 주는 폐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편향된 정보가 즐비하기에,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이번 커넥트톡 강연과 <시장으로 가는 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마트료시카처럼 겹겹이 산재한 나의 껍데기 중 하나를 깨고 나올 수 있었듯이, 또다른 누군가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에 존재하는 여러 이슈들을 조금 더 넓고 깊게 보면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묵묵히 걸어가는 순례자처럼 외롭고 고독하기 보다는 조금 더 온기를 느끼며 함께 할 수 있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기를 바란다.
[1] https://www.sedaily.com/NewsView/1ZA9XYU7HH
[2] https://namu.wiki/w/%EB%85%B8%EB%9F%89%EC%A7%84%EC%88%98%EC%82%B0%EC%8B%9C%EC%9E%A5/%ED%98%84%EB%8C%80%ED%99%94%20%EA%B0%88%EB%93%B1%EB%AC%B8%EC%A0%9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