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방글라데시 현지 활동가 한국 방문기] 1. 서울편_上 (Day1~3)

2024-07-17
조회수 238


[프롤로그_들어가며] 방글라데시 동료들을 기다리며


▲ 숙소 앞에서 방글라데시 현지 직원들을 만나자마자 찍은 한 컷


작년 여름이 지날 무렵, 방글라데시 현지 활동가들이 내년 여름쯤 한국에 방문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서울에서 그들을 반갑게 만나 '우리가 서울에 함께 있다니!'라며 인사 나누는 장면을 종종 떠올렸던 것은!

올 초부터 아디는 현지 활동가들을 초대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했다. 모든 것이 순탄했던 건 아니지만, 활동가들의 노력과 많은 분들의 도움과, 또 이따금의 행운으로 초대하고자 했던 모든 이들을 한국으로 초대할 수 있었다. 

그들이 묵을 서울 숙소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던 순간이 기억난다. 설레는 마음이었고, 떨리는 마음이었다. 멀리서 캐리어 소리가 들리고 10여 명의 방글라데시 현지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을 때, 바로 그 순간,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만에 본 현지 동료들과 포옹을 하고 악수를 나누며 반갑게 인사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외우고 있던 대사처럼 자꾸만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우리가 함께 서울에 있다니!' 그렇게 약 10일 간의 한국에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 본 글은 '로힝야&방글라데시 현지 활동가 한국 방문'을 기록한 글입니다.

○ 총 4편의 시리즈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울편_上편(본편), 제주도편(클릭), 강원도편(클릭), 서울편_下편(클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본 편은 서울에서 1일차에서 3일차의 여정을 소개합니다.



1일차│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 대한민국 서울 - N서울타워


숙소에 짐을 내려놓자마자 향한 곳은 ('남산타워'라고 더 잘 알려진) N서울타워였다. 서울의 전경, 서울의 야경, 서울이라는 도심을 느끼기에 적절한 곳. 장마 시즌으로 후텁지근하고 끈적한 날씨였지만, 흐리지 않은 날씨 탓에 기대했던 장면들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 N서울타워와 코히누르(Kohinur)


▲ N서울타워 케이블카에서 코히누르(Kohinur)와 루미(Rume)

▲ 자말(Jamal)과 조이르(Jahir)


▲ N서울타워 정상에서 ADI의 활동가들과 RWWS 활동가들의 단체사진



2일차│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 세계봉공재단 - 서울국제도서전 - 한강(여의도)



▲ 헤이그라운드 1층에서 ADI의 활동가들과 RWWS 활동가들


아디의 사무실이 위치한 뚝섬역에서 내리자마자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뒤돌아보니 방글라데시 동료들이 보였다. 같은 열차, 다른 칸을 타고 온 것이다. 다를 것 없이 반복되던 출퇴근길, 일상에 가까웠던 장면이 방글라데시 동료들로 낯설고 특별해졌다. 우리는 함께 개찰구를 빠져나와 아디 사무실이 위치한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으로 향했다. 


▲ 아디 사무실을 들른 RWWS 활동가들


맨 처음으로 들른 곳은 아디의 사무실이었다. 현지 동료들과 모니터 너머로만 소통하던 곳에 옹기종기 함께하니 역시나 무색무취의 공간에 생기가 더해지는 느낌이었다. 묻지도 않은 질문에 ‘여기는 별빛(공선주 활동가)의 책상이고 저기는 록사나(박다은 활동가)의 책상이야’라고 소개했다. 이후 헤이그라운드를 둘러봤다. 각종 공용 공간들과 회의실, 설비와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일터라는 공간을 두고 각자가 떠올린 상상들이 있었을 것이다.


▲ 원불교소태산기념관에서 ADI 활동가들과 RWWS 활동가들의 단체사진


▲ 원불교소태산기념관 명상실에서 간단한 실습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


이후 향한 곳은 ‘세계봉공재단’이 위치한 원불교소태산기념관(동작구 소재)이었다. 이곳에서도 건물 내부의 공용 공간들과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방글라데시 현지 활동가들이 함께하고 있는 샨티카나(로힝야 난민 여성을 위한 다목적여성힐링센터,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캠프14)는 심리사회적 회복 지원 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동료 관계를 기반으로 마음의 회복을 돕는 각종 프로그램들 때문인지, 현지 활동가들의 명상실에 대한 관심도 커 보였다. 세계봉공재단으로부터 맛있고 건강한 점심 식사를 대접받고, 다음으로 우리가 향한 곳은 코엑스에서 진행되는 서울국제도서전이었다. 


▲ 전시 중인 『춤추고 싶은데 집이 너무 좁아서』(파시클)와 아디 기관 팜플렛


얼마 전 아디는 샨티카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 『춤추고 싶은데 집이 너무 좁아서』(파시클)를 출간했다. 책은 아디의 별빛(공선주 활동가), 비바(이승지 활동가)를 포함해 아디와 오랜 시간 협업을 이어오고 있는 예술가 오로민경 님과 기획자 전솔비 님, 분쟁전문기자 이유경 님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책에는 각자의 위치에서 만난 샨티카나와 로힝야 여성에 대한 소개가 담겨있다. (바로가기)


▲ 도서 『춤추고 싶은데 집이 너무 좁아서』를 구경 중인 파하드(Farhad), 지니야(Jinia), 코히누르(Kohinur)


이 책은 샨티카나에서 활동 중인 방글라데시 활동가들에게도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읽지 못할 글씨로 가득한 지면을 요리조리 살펴보며, 자신의 얼굴을 찾던 현지 활동가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 여의도 한강 공원에서 보이는 N서울타워


▲ 여의도 한강 공원에서 쉬고 있는 RWWS 활동가들


이튿날의 마지막 일정은 한강(여의도)이었다. 전날 방문하였던 N서울타워가 한강 너머로 보였다. ‘저기 보이지? 어제 우리가 갔던 곳이야.’라고 일러주니, 누군가 ‘(서울은) 어딜 가든 저게 보이네’라고 말했다.


▲ 한강 유람선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 활동가들


날씨 덕분에 한강 유람선도 성공적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분주히 휴대폰을 손에 들고 사진을 찍었다. 서로를 찍어주기도 하고, 스스로를 찍기도 했다.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나는 오랜만에 녹화 버튼을 눌렀다. 그 영상은 요 며칠, 두고두고 틀어 보는 영상이기도 하다. (해당 영상은 DAY2라는 이름으로 아디 인스타그램에 게시되어 있다.)


3일차│전쟁과여성영화제 -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 샨티카나 리유니온 데이


▲ 전쟁과여성영화제 포스터 및 <위안> 티켓


방글라데시 현지 활동가들이 전쟁과여성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기지촌 성매매 종사 여성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위안’을 함께 보며, 군국주의와 전쟁 안에서 여성이 소비되는 방식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수단이 되는 일, 특히 성적 수단이 되는 일, 어느 날의 과오나 지나버린 역사라고 치부하기엔 여전한 것들이 너무 많다. 


▲ 영화 관람 후 소감을 나누고 있는 라지아(Razia)


마이크를 잡은 라지아(Razia)는 여성의 존엄을 해친 이 문제를 ‘보상의 문제’로 치부하며 손쉽게 해결하려는 자세를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로힝야 여성들은 여전히 이런 문제(성 착취, 성폭력)에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다며, 정의를 찾기 위해 우리(여성)끼리 더욱 연대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전쟁과여성박물관 소개 및 사전 교육을 받고 있는 활동가들


▲ 위안부 할머님들의 기록을 보고 있는 지니야(Jinia), 비바


이후 우리는 마포구에 위치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으로 향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기록이 모여있는 곳. 생존자 증언이 적힌 팻말 앞에서 한참을 서 있던 지니야(Jinia)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역시나 누군가의 해방이 나의 해방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 누군가의 존엄이 나의 존엄과도 직결되어 있다는 것, 그러니 우리 역시 로힝야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공유한 시간이기도 했다. 뼈아픈 역사를 두고 직접적인 말이 아닌 시선으로 나눈 마음들이 있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 샨티카나 리유니온 데이에서 단체사진


샨티카나 리유니온 데이에 참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다. 현지 동료들을 환대하기 위해 혹은 안부를 나누거나 인사를 하기 위해 오신 분들과 저녁 한 끼를 함께했다. 우중충한 날씨의 무게를 이겨낼 만큼 왁자지껄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얼굴을 맞대고 한 끼의 식사를 나누는 일은 그렇게나 힘이 세다. 모두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여기에 함께 있다니!' 



다음편 보러가기


주소 :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115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G402호  | 전화번호 : 82-2-568-7723 | 이메일 주소 : adi@adians.net 

고유번호 : 859-82-00276 | 대표자 : 박상훈

유엔 ECOSOC 특별협의지위 자격단체

기재부 고시 지정기부금단체 (기부금영수증 발부)


COPYRIGHTⓒ2016 ADI All rights reserved. 

SITE BY SANCHA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