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Connect Talks - 이주민과 정주민의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는 극단 샐러드의 이야기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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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민과 정주민의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번 회차의 진행을 앞두고, 나는 다소 막연하고 추상적인 강연의 제목에 궁금증을 가졌다. 아디에서의 생활도 이제 4개월차에 접어든 10월의 어느 수요일 밤. 나는 호기심이 가득한 마음을 안고 박경주 대표님을 마주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는 이주민은 결혼이주여성이다. 순위에 약간의 변동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중 많은 부분은 베트남과 한국계 중국인이다. 내가 학부 시절에 재능기부를 통해 만난 다문화가정의 어머니들도 대부분 베트남 분들이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의 남성들과 결혼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온다. 더러는 설렘을 갖고, 더러는 불안감을 갖고.


  누군가 이야기했듯이 이 강연의 주제가 되는 희곡집의 내용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그것이 21세기 지구화 시대를 맞이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라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아직도 다수의 국제결혼은 매매혼의 형태를 띠고 있고, 그렇게 이루어진 혼인이라는 결과물 속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은 행복보다 불행을 더 많이 얻게 되는 듯하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서 오는 의사소통의 어려움, 매매혼으로 당신을 ‘사 왔으니’ 그저 소유물이 되어 자신의 욕구를 받아주고 또 얌전히 지내라는 남편의 가시적/비가시적 폭력, 한국에 동화되어 고향에 대해서는 잊고 ‘한국인’이 되라는 사회적인 압력까지. 단편적으로 생각나는 것들만 해도 이정도가 있고, 이러한 불행의 씨앗들이 자라 아주 심각해지는 경우에는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이 작품의 모티프가 되는 베트남 이주여성 쩐탄란의 이야기는 2008년에 한국보다 베트남 언론에서 먼저 보도가 되었다고 한다. 베트남 여성이 한국에서 사망하였으나, 한국 내에서는 거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자국민의 안타까운 죽음에 관해 베트남 언론만 조금의 여지를 준 것이었다. 고인이 된 쩐탄란의 거의 유일한 유품이 ‘일기’였는데, 그마저도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아 해석과 이해가 상당히 힘들었다고 한다. 그런 일기를 바탕으로 쓴 글이 『란의 일기』이고, 그것을 연극으로 공연하고 전시와 같은 다른 형태로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공연의 일부가 담긴 영상을 다른 참석자들과 시청하면서, 나는 괴로웠다. 그리고 동시에 화가 났다. 우리는 해외에서 한국인들, 동양인들이 받는 인종차별과 멸시, 그리고 혐오범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또 비판한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는 과연 그런 차별과 멸시의 렌즈에서 자유로운가? 오히려 더하지는 않은가? 아주 가까이에서 가벼운 예시로 백인 관광객과 동남아 관광객을 보는 우리의 시선은 동일한가? 이 질문에 떳떳하게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자각하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늘 그렇게 다름에 대해 프레임을 씌우고, 잘못된 렌즈로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사소하게 여겼던 그 일이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 가고, 선을 그어가면서 사회를 더 경직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서 다시금 깨닫게 해준 희곡과 희곡집, 그리고 박경주 대표님과 극단 샐러드 모두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부터 반성하고 나아가기로 다짐하면서 쩐탄란을 비롯한 희생자들 모두에게 심심한 사과와 참회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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