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Connect Talks - 장애연극과 어수선한 연결의 힘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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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함께한 강연은 조금 특별한 주제를 담고 있었다. 바로 ‘장애와 예술’이 그것이다. 일상적으로 거의 모든 것들은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아주 가까운 곳부터 살펴보면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보는 TV 방송이 그러하고, 조금 더 멀리 살펴보면 대중교통 이용 등이 떠오르기도 할 것이다. 그랬기에 장애연극을 다루는 이번 회차가 기대되기도 하고 또 다소 어렵게 다가오기도 했다.


  사람들이 연극을 생각하면 흔히 떠올리는 것은 무엇일까? 비장애인인 배우들이 무대장치를 만들고, 소품을 준비하고, 대사와 동선을 연습하고, 그 모든 것들의 결정체로 공연을 하는 장면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나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연극도 그러한 맥락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장애연극은 비장애인의 그것과 아주 다른가?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아직 한 번도 장애인 극단의 연극을 접해보지는 못했으나, 커넥트톡을 통해 만난 김지수 대표님과 김슬기 연구자님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회차에도 여러 가지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으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다름’에 대한 부분이다. 김지수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결국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에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차이는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저 누구나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있을 뿐이고, 또 더 빨리 할 수 있는 것과 조금 더 느리게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레 다가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책을 읽는 속도가 조금 빠르지만 달리기는 평균보다 느린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어쩌면 나는 대표님이 자기소개를 하던 그 순간부터 감명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연극하는 김지수입니다.” 이 한 마디가 가슴 속에 작지만 확실한 울림을 만들었다. 우리는 자기소개를 할 때 자신이 어디에 소속되어 있다는 둥, 나이가 몇 살이라는 둥, 어느 학교를 졸업했다는 둥의 부차적인 설명을 끊임없이 덧붙인다. 그런 수식어가 없으면 ‘나’라는 사람 그 자체의 고유성이 상실되는 것처럼.


  하지만 대표님의 자기소개를 보면 군더더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핵심이 명확히 전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대표님이 말씀하신 ‘고유성 찾기’의 모순이 한 번 더 머릿속을 스친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 내가 나로서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고유성인데 도대체 그것을 어떻게 찾는다는 것인지! 그저 표현되거나 표출되지 못할 뿐인 스스로의 고유성에 대해 다시금 곱씹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인지적으로 풍요로운 저녁이었다.


  김지수 대표님과 김슬기 연구자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사고는 조금씩 나의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예술하는 장애인’으로 확장되었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의 일기’라는 책이 초등학교 학급문고에 비치되어 있었다. 담임선생님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어려움을 딛고 피아니스트로 우뚝 선 희아님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여하튼 나를 포함한 당시의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은 피아노 교습을 많이 받았다. 그때의 꼬마 연주자들을 떠올려보면, 누구에게나 힘들었을 피아노 연주가 희아님에게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손에 익기까지 노력과 인내가 조금 더 필요한 일.


  최근에는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tvN 드라마에서 다운증후군이 있는 정은혜 배우가 직접 발달장애인 배역의 연기를 소화하기도 했다. 나는 해당 드라마를 매 회 챙겨보는 사람이 아니었으나, 한국의 드라마계에서는 상당히 센세이션한 일이었기 때문에 여러 기사로 접했던 기억이 있다. 많은 경우 한국에서는 비장애인 연기자들이 장애인들의 모습을 공부하고 연구하여 재연해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당사자에 의한 표현들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하는데, 이 드라마에서 그것을 시도한 것이다. 여하튼 실제로 정은혜 배우에게 있어 연기는 색다른 도전이자 취미이지만 본업은 화가여서 이미 예술 계통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고, <니얼굴>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우리는 장애인 예술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만 그동안은 잘 드러나지 않았고, 곱씹어야 생각이 날만큼 매체로 소개된 경우가 소수였을 뿐이다. 다름에 대해서, 개개인의 속도에 대해서 고려할 때 렌즈를 비장애인 쪽에 두기 보다는 조금 더 장애인 쪽으로 옮겨서 볼 수 있다면 우리 사회도 베리어 프리(barrier free)에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누구보다도 재능과 열정이 충만한 이들의 모습을 더 근거리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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