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Connect Talks - 도시를 소수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의 서사 기록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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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저녁으로 선선함이 느껴지기 시작한다는 처서를 지났음에도 여전히 한여름 더위가 가득한 토요일 오후. 우리는 커넥트톡과 함께 뜨거운 8월의 주말을 보냈다. 이번 회차는 “도시를 소수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의 서사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리슨투더시티의 박은선 디렉터, 장현욱 활동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짧은 시간임에도 연사가 두 명이었던 만큼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중 크게 두 가지 정도를 가장 인상깊은 부분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활동하는 분야에 대한 배움의 중요성이고, 두 번째는 기록의 중요성이다.


  활동하는 분야에 대한 배움의 중요성은 박은선 디렉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거의 한 평생을 미술을 공부하던 사람에서 도시공학 박사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사실 쉬이 짐작하려 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도 하다. 미술과 도시공학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유사한 학문의 카테고리에 있었다면 조금 더 수월했을 수 있으나, 전혀 다른 두 학문의 사이에서 스스로가 가진 경계를 깨뜨리고 배움을 얻는 시간이었을 테니 말이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도 섹터(sector)에 대한 전문성이 대단히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시민사회에서의 여러가지 운동(movement)을 실천함에 있어서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개발협력에서는 아동, 교육, 여성, 환경, 농업, 식수위생, 보건 등 각 분야에서의 전문성이 바탕이 되었을 때 개발협력 프로젝트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물론 지역학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이와 같이 한국에서 어떠한 사회적인 문제나 이슈를 다루고 그것에 대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도 끊임없이 해당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 이렇게 당연한 공부와 연구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 활동과 학문(여기서는 학습과 연구를 포괄한 배움의 총체)이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존재라서 그렇기 보다는, 인간의 무게중심이 대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유한한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의견을 개진하고 그것의 논리적 근거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실천과 더불어 반드시 학습과 연구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의 조화를 변칙적이면서도 능동적으로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은선 디렉터의 발자취는 주목할만한 것이 되었다. 앞으로 나를 포함하여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가 옹호하고자 하는 가치나 관심을 가진 이슈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탐구해야 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나와 같은 새싹 활동가가 아니라 이미 고유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 활동가일지라도 꾸준히 배우고 익히면서 계속해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스스로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명확하고 가치 있는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다음으로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리슨투더시티와 아디가 공유하는 공통의 가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디와 함께하기 전까지 개인의 서사나 기록에 대해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일기나 수필 등을 통해 꾸준히 무엇인가를 남겨보고는 했다. 그리고 아시아의 여러 분쟁지역에서 현장의 숨결을 담아내는 아디의 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면서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아디의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는 기록활동에 대해 공감한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리슨투더시티는 도시 곳곳의 숨겨진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었다. 때로는 외롭게, 때로는 힘겹게, 때로는 슬프게. 리슨투더시티가 조명하는 도시의 이야기들은 재개발과 같이 대다수가 중앙 또는 지방정부의 사업들과 관련이 있었기에 더 많은 난관들을 마주하고, 또 그 자체로 어려운 작업이 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그렇게 기록된 것들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현장’을 담아내는 동시에 그 자체가 최초이자 최후의 기록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이라는 명제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리는 공간, 그리고 그 공간에 담긴 추억이라는 의미의 시간까지 담아내는 기록이기에 더욱 귀중하다고 할 것이다.


  기록 그 자체가 귀중하고 의미가 있는 활동인 것은 분명하나,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기록에 있어서 어떤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기준이라는 것은 시간, 공간 등으로 설정할 수도 있으나 기록하는 사람의 관점이나 가치관에 관한 것들도 해당될 수 있다. 과거에 역사를 기록했던 사관들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누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면서 기록하는가에 따라 어떠한 쟁점의 본질이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본질은 있는 그대로 존재하겠지만 어떤 시각으로, 어떤 방향에서 바라보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따라 천차만별로 기록되기에 더욱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디와 리슨투더시티 모두 이런 부분을 항상 되새기면서 활동을 할 때 어떤 렌즈와 프레임으로 세상을 마주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기록을 하는 내가 치우친 시선으로 보고 있지는 않는지, 현상을 둘러싼 맥락들을 낭만화 하지는 않는지, 내가 아는 것을 전부라고 확신하지는 않는지 등의 생각이 매일 계속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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