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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회원 기고문] 한류와 팔레스타인: ‘이해심’을 요구하는 자세가 아닌 ‘이해심’을 갖춰야(박희수 님)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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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와 팔레스타인 : ‘이해심’을 요구하는 자세가 아닌 ‘이해심’을 갖춰야

박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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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이 만든 분리 장벽. 약 8m가량의 높이를 지닌다. ⓒ사단법인 아디


1. 들어가며

최근 유명 걸그룹의 한 멤버가 인터넷에 스타벅스 음료를 마시는 글을 게시해 외국 케이팝 팬으로부터 항의를 받는 일이 생겼다. 전 세계적으로 팔레스타인 이슈가 민감해진 만큼, 스타벅스가 친이스라엘 기업이기 때문에 해당 가수가 신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 팔레스타인 이슈의 중심에 선 케이팝

팔레스타인 사안에 잘 모르는 사람은 글로벌 케이팝 팬들이 너무 과민반응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팔레스타인 이슈와 케이팝이 연루된 사례는 위의 예뿐만이 아니다. 해당 걸그룹이 속한 회사의 모회사는 친이스라엘 성향의 미국 아티스트와 협업을 맺었다. 바로 BTS를 탄생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협업하는 미국 아티스트 스쿠터 브라운(Scooter Braun)은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과 연대한다는 발언을 한 인물이다. 그리고 국내 언론에서는 거의 보도됐지 않았지만 케이팝 팬들이 친이스라엘 성향의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것을 항의하는 의도로 해당 기획사 앞에서 트럭시위를 벌였다. 이를 두고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하이브시오니스트를제거하다, #HYBEDivestFromZionism이라는 해시태그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연예 기획사와 친이스라엘 성향의 아티스트 간의 관계를 꼬집는 해시태그 문구인 것이다.


3. 케이팝과 BDS (Boycott Disinvestment Sanction: 보이콧, 투자철회, 제재)

위의 사례들만 듣고 팔레스타인 이슈에 대해 확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우선 많은 한국인들이 착각하는 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한국과 일본 간의 역사 관계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간에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과 같은 민감한 사안이 남아있지만, 서로 간의 교류도 활발해서 오늘날 양국 간의 적대 감정은 많이 해소된 상황이다. 

그러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슈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영토를 군사적으로 불법 점령해서 ‘인종청소’라 불릴 정도의 가옥파괴 납치, 고문, 민간인 살해 등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저지르고 있다. UN, 국제 인권 단체에서 수없이 문제 제기된 게 팔레스타인 사안이고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가지는 반감은 감히 우리가 재단할 수 없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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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기업을 상대로 한 전 세계 소비자 불매 운동. 한국 HD 현대도 포함되어 있다. (출처 : BDS)


또한 BDS (Boycott Disinvestment Sanction: 보이콧, 투자철회, 제재) 운동을 알아야 왜 글로벌 케이팝 팬들이 집단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있다. BDS 운동은 2005년 온라인 상에서 팔레스타인 시민 단체들이 시작한 운동으로,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에 연루된 기업, 문화 행사나 스포츠 대회에 온라인 상으로 불매 운동을 벌이는 캠페인이다. 한 예로, 2018년 6월 당시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님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경기를 하려고 했으나, ‘이스라엘이 스포츠 경기를 통해 자국의 인권 유린 이미지를 희석하려고 한다(스포츠워싱).’라는 비판이 SNS 상으로 확산됐다. 그 결과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님은 예정된 축구 경기를 취소했다. 

전 세계적으로 부는 이 운동에는 한국 기업도 피해갈 수 없다. 이스라엘이 점령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집을 파괴할 때 HD 현대가 제조한 포크레인이 동원되는데, 팔레스타인 시민단체는 줄기차게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답을 얻지 못했고 그 결과 HD 현대도 BDS 운동의 대상이다. 

또한 위의 사례에서 언급한 스타벅스도 마찬가지이다. 스타벅스는 이스라엘의 탄산수 제조기 회사의 소다스트림(SodaStream)의 지분을 산 적이 있는데, 소다스트림이라는 회사는 불법 점령지에서 탄산수 제조기를 생산한다. 이스라엘 영토가 아닌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지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이스라엘 제품으로 세계에 팔려나가는 건 엄연한 국제법 위반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이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뼈아픈 고립을 겪고 있으며 BDS 운동은 국가가 아닌 일반 대중이 전 세계적으로 일으킨 비폭력운동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4. 글로벌 문화로서의 케이팝이 가진 책임, 진짜 문제는 수박 겉핥기 식의 언론보도

그렇다면 팔레스타인과 케이팝은 연관성을 가지기는 한 걸까? 맞다. 아니, 케이팝을 포함해 한류로 대표되는 한국의 대중문화는 중동 문화, 정세, 정서 등에 깊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 

첫째로, 케이팝은 ‘한국인만 즐기는 한국인에 의한 음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케이팝의 서양의 팝음악처럼 전 세계 시민들이 즐기는 하나의 트렌드가 됐고, 케이팝 가수들 또한 인종, 국적이 다양하다. 전 세계를 통해서 엄청난 이득을 벌어들이는 게 한류인만큼 그 이익에 맞는 글로벌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2017년 한국 드라마에서 중동, 이슬람 문화를 비하하는 장면이 나와 아랍 현지 팬들의 불만을 크게 산 적이 있다. 이 논란 이후 해당 제작진은 영어, 아랍어로 사과 성명서를 발표하기까지 했다. 다른 나라의 문화, 정서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친한(親韓)정서를 반한(反韓) 정서로 바꾸어버린 사례이다. 

문제는 중동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언론이 구체적인 맥락을 제시하지 않고 피상적으로만 보도한다는 것이다. 해당 논란에 있어서 국내 언론보도는 ‘악플’, ‘공격’, ‘불매’와 같은 부정적 어휘를 제목에 쓰고 있다. 이러한 단어 사용은 사안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막고 사안을 표면적으로 알게끔 유도한다. 또한 중동 이슈에 있어서 국내 언론은 외신보도를 정확히 팩트체크하지 않고 번역식으로만 보도하고 있다. 문제는 번역하는 대상의 언론보도가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할 때이다. 실제로 한 CNN 기자는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가짜뉴스를 보도했다가 여론에 몰매를 맞은 적이 있다.


5. 반론: 보편적 인도주의 사안으로서의 BDS 

아이돌 가수가 무슨 정치적 의견을 표명해야 하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이라고 무조건 보이콧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 하마스를 원인으로 들어 팔레스타인도 문제라는 주장을 하는 자도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이슈는 다양한 이견이 오가는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명백히 반인류적인 대량 학살, 즉 인도주의적인 사안이다. 맞냐 다르냐로 나눌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근래 15년 간 분쟁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사람 사망자 수가 이스라엘 사람 사망자 수의 약 20배라는 보도도 있었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내에서 벌어진 인도주의적 위기는 누구의 탓이 아닌 명백한 이스라엘 책임이다.


6. 결론: ‘이해심’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이해심’을 갖춰야

따라서 한류 문화는 ‘이해심’을 요구하는 자세가 아닌 ‘이해심’을 갖춰야 한다. 즉, 팔레스타인 이슈에 대해 한국인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본고의 대제목처럼 한류를 통해 외국인에게 ‘한국에 대한 이해심’을 바라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외국에 대한 이해심’을 갖춰야 한다. 케이팝은 더 이상 한국만의 음악이 아니다. 전 세계인이 누리는 하나의 보편적인 문화 현상이다. 이 인기가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려면 다른 문화권의 정서, 상황, 맥락 등을 존중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는다면 앞에서 말한 드라마 사례와 비슷하게 갈 것이고 케이팝은 ‘인종주의적인 문화’라는 꼬리표가 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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