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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활동가 기고문] "생후 26일 아기와 탈출" 탈레반 표적이 된 지식인 부부


"생후 26일 아기와 탈출" 탈레반 표적이 된 지식인 부부

[아디가 만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 4] 국경을 7번 넘나든 삶, 아프가니스탄 출신 하산·미나씨 이야기



사단법인 아디는 지난 8월 3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외곽의 바라카후(Barakahu) 지역에서 하산씨와 미나씨 부부를 만났다. 이 글에서는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다. 이들은 2021년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집권 이후 수도 카불을 급히 탈출했으나, 현재 파키스탄 정부가 시행 중인 '불법 외국인 귀환 프로그램(IFRP, Illegal Foreigners Repatriation Plan)'에 따라 언제든 강제 추방될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다.

파키스탄 내 아프간 난민들은 현재 심각한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IFRP를 통해 난민들을 '불법 체류자'로 규정했고, 수십 년 이상 머물던 기존 등록 난민조차도 비자 연장이 막혔다. 난민 거주지에서는 경찰이 집 안까지 들이닥쳐 체포하거나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며, 언제 추방될지 모르는 두려움에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거나 숨어 지내는 난민도 많다.

이러한 위협 속에서 하산씨와 미나씨 부부는 이미 두 번의 강제 추방과 재입국을 거치며,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7번 넘나든 굴곡의 삶을 살고 있다. 힘든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서로 장난을 치며 밝은 웃음을 보였다. 그 웃음 속에서 오랜 고난을 버티게 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탈레반의 표적이 된 지식인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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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아디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하산씨와 미나씨 부부 ⓒ 사단법인 아디 


하산씨는 국제 관계 석사 학위를 가진 엔지니어였다. 바미안 국제공항(Bamiyan International Airport)의 엔지니어링 및 무선 설치 부서에서 3년간 근무했고, 학교에서 역사와 지리를 가르치기도 했다.

 

미나씨는 부인과(Gynaecology)를 전공한 간호사이자 교사였고, 여성 인권 활동가로 활동하며 TV 방송에도 출연했다. 그녀는 하자라 전통 복장(Hazargi)을 한 소녀들과 함께 활발한 미디어 출연과 음악 활동을 이어왔는데, 탈레반은 이를 '문화와 종교에 반하는 나쁜 행동'이라며 적대시했다.

2021년 8월 15일 카불 점령 직후, 부부는 탈레반이 자신들의 행방을 묻고 다닌다는 소식을 접했다. 결국 이틀 뒤인 17일 새벽 2시, 부부는 26일 된 갓난아기를 안고 집을 떠나야 했다. 이동 중 미나씨를 체포하라는 영장(FIR, First Information Report)이 발부되어 이웃을 통해 전달받기도 했다. 비자도 여권도 없었지만 국경의 한 군인이 어린 아이와 가족을 불쌍히 여겨 들여보냈다. 그렇게 파키스탄 내륙 토르캄(Torkham)을 통해 이슬라마바드까지 도착했다.


두 번의 강제 추방, 험준한 산을 넘은 재회

파키스탄에 머물던 부부는 강제 추방의 굴레에 갇혔다.

첫 번째 추방은 2022년 말이었다. 경찰이 집 안으로 들이닥쳐 미나 씨와 아이들을 끌고 갔다.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어요. 차에서는 휴대폰도 뺏겼죠. 국경을 걸어서 한 시간 반을 넘었어요."
"그치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그 뒤가 진짜 힘들었거든요."

추방 후 카불에서 한 달 동안 머문 미나씨는, 브로커를 통해 다시 파키스탄에 돌아오기로 결심했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칸다하르(Kandahar), 헬만드(Helmand) 사막을 거쳐 험준한 산을 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아이들이 배고파 울어도 멈출 수 없었어요."

그렇게 약 한 달 반의 이별 끝에 가족은 하산씨와 재회했다.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목숨을 건 위험을 감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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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사이의 험준한 지형을 보여주는 지도 ⓒ Kmusser


올해 5월 16일, 미나씨 가족은 다시 체포됐다. 하지 캠프(Haji Camp)라는 임시 수용소에서 7일간 구금된 후, 약 400~500명에 달하는 사람들과 함께 두 대의 대형 버스에 실려 강제 송환됐다. 당시 비자가 남아 있던 하산씨도 가족을 따라 갔다.


비자 없는 남편과 탄두르에서 일하는 큰아이
현재 미나씨는 세 달짜리 의료 비자(medical visa)로 파키스탄에 돌아왔지만, 남편인 하산씨는 비자가 없다. 언제 또다시 추방당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사 비용 10만 루피(한화 약 50만 원)를 감당하기 어려워 경찰을 피해 다른 곳으로 옮기지도 못한다. 생계를 잇기 위해 큰 아이는 난(naan) 빵을 굽는 탄두르에서 일하고, 하산씨는 친구의 이름을 빌려 오토바이 택시 일을 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면 모든 게 끝이에요. 그래도 여기선 웃을 수 있습니다."

불안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탈레반의 위협이 없는 파키스탄에서의 삶을 절박하게 희망하고 있다.


9530775e0eff4.jpg▲파키스탄의 강제 송환 정책(IFRP)으로 국경 지역에서 대기하는 아프간 난민들 ⓒ 사단법인 아디



하산씨와 미나씨 부부가 전하는 메시지
하산씨는 한국과 국제 사회가 '하자라족 학살(Hazara genocide)'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자라족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란에 걸쳐 거주하는 시아파 소수민족으로, 다수인 수니파 파슈툰족에 의해 오랜 시간 박해를 받아왔다.

"보통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이야기할 때 파슈툰 등 다른 민족들만 언급되곤 해요. 하지만 우리 하자라족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또한 그는 한국이 난민 공동체를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파키스탄의 아프간 난민 가족들에게 구호(relief)를 제공하거나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발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미나 씨는 "한국 사람과 우리는 외형상 별 차이가 없어요. 우리 삼촌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믿을 거예요. 제가 당신을 제 삼촌 옆에 세운다면,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라고 덧붙이며,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의 말에는 국경과 신분이 만든 벽 너머의 진심 어린 호소가 담겨 있었다.

사단법인 아디는 탈레반 점령 이후 국제적 보호가 시급함에도 파키스탄과 이란의 강제 송환으로 고통받는 아프간 난민들의 이야기에 국제 사회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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