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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활동가 기고문] 여기는 로힝야 난민캠프입니다

202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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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로힝야 난민캠프입니다

이동화(셀림) 사무국장 



 세계에서 가장 큰 난민촌이라 불리는 로힝야 난민캠프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방콕과 다카를 경유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도착하는 데만 하루 반이 걸렸고, 그곳에서 난민캠프까지는 다시 차량으로 2~3시간을 더 이동해야 했다. 편도 2차선 도로 위에는 삼륜차, 자전거, 버스, 마차, 그리고 사람들이 한데 엉켜 있었고, 끊임없이 울리는 경적 소리 속에서 우리는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 끝에 캠프에 닿을 수 있었다. 

 철조망으로 둘러싼 이곳에는, 2017년 미얀마 군부의 학살을 피해 넘어온 75만 명의 로힝야 난민들, 그리고 1990년대 초부터 박해를 피해온 초기 난민들, 최근 라카인 지역의 내전 속에서 다시 길을 떠난 이들까지,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35개 캠프에 나뉘어 살아가고 있었다. 방글라데시는 이들을 받아들였지만, 이동과 교육, 노동을 제한하는 강력한 통제 정책을 펴고 있다. 각각의 캠프는 방글라데시 정부의 관리 기구(CIC)와 로힝야 난민구호 및 귀환 위원회(RRRC)의 감독 아래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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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힝야 캠프 14 모습 ©사단법인 아디


 아디가 활동하는 캠프14에 발을 들이자 가장 먼저 코를 찌르는 악취가 다가왔다. 대나무 가지를 엮어 만든 쉘터(임시 거주시설)에는 천막이 덧대어져 있었고, 지붕 역시 대나무와 천막으로 간신히 덮여 있었다. 창문도, 튼튼한 문도 없었다. 햇빛을 모은 태양광 패널로 최소한의 전기를 공급받지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전기는 쉽게 끊겼다.
거주지 옆으로 생활하수가 그대로 흘렀고, 하천은 폐수와 쓰레기로 썩어가고 있었다. 오염된 물이 땅에 스며들어 다시 생활용수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마음이 무거웠다. 몬순(우기)이 오면, 범람한 오염수가 집 안까지 들이닥쳐 가재도구마저 썩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흙바닥이나 거칠게 다져진 시멘트 바닥 위에, 적게는 다섯 명, 많게는 열 명 이상이 한 공간을 나누어 살았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우리가 지나갈 때면 신기한 눈으로 다가와 짧은 영어로 말을 건넸다. 경계보다는 웃음이 먼저였다.

 13~14㎢, 여의도의 네다섯 배 정도 되는 이 좁은 땅에 100만 명의 로힝야 난민이 살아간다. 인구밀도는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도시로 꼽히는 다카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들은 일할 자유도, 이동할 자유도 없이 8년째 외부의 구호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단법인 아디는 이곳에서 8년 동안 로힝야 여성들을 위한 심리사회적 지원 활동과 문해·수리교육,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왔다. 글을 읽게 된 여성들, 바느질을 배워 소득을 만들기 시작한 사람들,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공동체의 모습 속에서 때로는 작은 변화가 눈에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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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디의 현지여성들의 공간인 샨티카나(평화의집)에서 직업 훈련을 받고 있는 로힝야 여성들 ©사단법인 아디



 그러나 이곳에 머무는 동안, 나는 쉽사리 희망을 말할 수 없었다. 희망을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무너져 있었다. 나는 그들의 현실 앞에서 압도당했다. 여기는 로힝야 난민캠프이다. 살아야하기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 본문은 2025년 4월 29일에 '인권연대'의 '목에가시'에 업로드 된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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