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기] 먼지의 평화도서관 출장기 (下)

2025-01-24

○ 먼지(권지윤 활동가)의 미얀마 메이크틸라 평화도서관 출장기는 총 두 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본편은 하(下)편입니다.

○ 본편에서는 출장 5일차부터 마지막 날까지 다룹니다.






전반적으로 평화도서관의 수업은 학생들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하는 과제가 주어지는 수업이었어요. 


난 주간 일상을 돌이켜보고, 

자신이 언제 가장 행복했는지 혹은 슬펐는지 

다양한 감정을 곱씹어 봐야 했죠. 


또, 입으로 말하기엔 어렵고 왠지 꺼려지는 감정, 

그리고 나에 대한 이야기들을 

글쓰기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발화하게 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 12월 9일, 만달레이 공항으로 가는 새벽, 차창 밖 일출 ⓒ사단법인 아디





드디어, 주말!

 주말에는 평화 만들기 레벨 1, 2, 3 수업이 열려요. 토요일에는 레벨 1과 2. 일요일에는 레벨 3. 주말이라면 쉬고 싶을 법도 한데, 다들 힘차게 발을 구르며 도서관에 등교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걸어오기도, 뛰어오기도, 자전거를 타기도. 심지어는 좀 먼 곳에서부터 부모님의 오토바이나 차를 타고 오는 학생들도 있었어요. 


▲ 평화 만들기 수업 ⓒ사단법인 아디


 이날 레벨 1 수업에서는 국가, 과일, 감정 등의 카테고리에 속한 단어들을 단어 카드를 통해서 학습하고, 배운 단어를 이용한 이야기를 짓는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레벨 1 학생들은 지난 10월 입학시험을 치르고 (출장 당시) 도서관과 함께한 지 두 달여 된 친구들이었는데요. 그럼에도 같은 조가 된 친구들끼리 쉬는 시간엔 신나게 떠들고, 수업 시간에는 격렬하게 토론하고, 적극적으로 연극에도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후 이어진 학생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도서관의 친구들이 매우 친근하게 느껴지고, 오히려 (많은 학생을 수용하는) 학교 친구들보다 더 가깝게 지낼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어요. 


▲ 학생 인터뷰 ⓒ사단법인 아디


 전반적으로 평화도서관의 수업은 학생들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하는 과제가 주어지는 수업이었어요. 지난 주간 일상을 돌이켜보고, 자신이 언제 가장 행복했는지 혹은 슬펐는지 다양한 감정을 곱씹어 봐야 했죠. 또 입으로 말하기엔 어렵고 왠지 꺼려지는 감정, 그리고 나에 대한 이야기들을 글쓰기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발화하게 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출장 내내 열심히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 뛰어다녔는데요. 이날이 촬영자로서 가장 바쁜 날이었던 것 같아요. 학생들의 빛나는 눈동자와 열띤 손가락과 멋진 작품들, 모든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요. 그럼에도 저는 많은 것들을 놓쳤겠지만, 담지 못했다고 사라진 것은 아님을 알아요.  

 (먼지가 열심히 편집 중인 성과 보고 영상을 기대해주세요!)




12월 9일: 앞으로의 평화도서관은 어떤 모습일까

 대표님이 메이크틸라에 도착하신 날입니다! 이날 대표님은 힘든 (미리 겪어봤기에 통감하는…) 이동 일정에도 불구하고 평화도서관에 도착하자마자 스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셨어요. 우진 페인 스님과는 두 번째 만남이었지만, 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스님은 평화도서관에 있어서 단순히 상징 같은 존재가 아니라 더 깊은 관심을 두고 계시다는 걸 알 수 있는 대화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얀마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 속에서 종교인으로서의 고뇌를 들을 수도 있었고요. 


▲ 우진 페인 스님 인터뷰 ⓒ사단법인 아디


 스님, 그리고 도서관 교사와 더불어 도서관 운영의 한 축인 운영위원회와의 만남도 각별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아디가 이날 인터뷰한 운영위원 두 분은 각각 근처 공립학교의 교장, 교사이시기도 해서 학생들을 위한 일을 한다는 데에 큰 보람을 느끼고 계셨습니다. 특히 자립 운영 전환으로 인해 필수적이었던 모금 과정에 힘을 써주고 계셨다는 것, 그럼에도 소액의 모금만으로는 큰 한계가 있었다는 것도 솔직히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날 스님과 운영위원회 분들로부터 들은 말들은 앞으로 아디가 도서관을 운영하는 데에 중요한 힌트가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 12월 9일 오후 일정이 끝나고 진행된 활동가 단체 저녁식사 ⓒ사단법인 아디




12월 10일: 우리의 미래는 멀리서 찾는 것이 아니라 항상 우리 안에 있는 것

 오전. 피따야와 다소 떨어진 곳에 있는 컴퓨터/영어 학원에 방문했습니다. 이곳은 취업과 진학에 유용한 기술을 취득할 수 있는 곳이면서, 다양한 이유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대안 교육을 제공하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평화도서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배울 것이 많은 장소였어요. 


▲ ACME 컴퓨터/영어 학원 ⓒ사단법인 아디


  평화도서관에서의 마지막 저녁. 소린, 윈와와모, 찌아린테. 세 명의 교사가 지난 주말에 진행했던 비전 회의의 결과물을 조심 내밀었습니다. 8년이라는 긴 시간이 앞에 있었고, 이제 우리는 또 먼 길을 가야 하는데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기 이전에, 이제 막 주교사가 된 세 명의 활동가들이 자기 자신과 도서관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수립하면 좋겠다는 레서의 아이디어였습니다. 도서관을 주변에 잘 홍보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단계였고요.

 하나의 메인 미션과 그 아래 가지를 뻗는 세 개의 서브 미션, 그리고 각 서브 미션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활동들을 적어서 비전을 수립하기로 하고 진행했던 회의는 뜨거웠습니다. 평화와 인권, 다양성이라는 큰 틀에 대한 생각은 같지만 그것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렬할 것인지가 관건이었죠. 각자의 생각이 다르고 부딪히는 지점도 있었지만 그러한 충돌마저도 평화도서관을 향한 열정이 없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었겠죠. 그 시간 이후 삼 일 뒤, 도서관의 교사 삼인방은 고심해서 짠 비젼 페이퍼를 우리에게 건넨 겁니다. 


▲ 비전 회의 ⓒ사단법인 아디







 






▲ 평화교육 도식화 (좌) / 평화도서관 도식화 (우) ⓒ사단법인 아디



 출장 가방에 비전 페이퍼를 소중히 챙겼습니다. 그리고 다가온 이별의 순간. 곧 만날 우리니까, 굿바이라고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에 ‘따따’(미얀마어로 ‘안녕’)하고 가벼운 인사를 했어요. 따따, 평화도서관!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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