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서안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
사단법인 아디 박상훈 대표
10월 초부터 저는 아디 팔레스타인 팀과 함께 서안지역을 방문 중이었습니다. 헤브론, 베들레헴을 거쳐 나블루스에 도착했을 때, 전쟁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침에 아디와 협력하고 있는 여성 트라우마 센터를 방문하러 나가는데, 사람들이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청년들은 팔레스타인 기를 들고 뛰어다녔습니다. 가자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에 폭격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두 기뻐하고 환호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이 광경이 잘 이해가 안 됐습니다. 이스라엘의 가공할 보복이 너무 명백했기 때문입니다. 외부인인 저도 두려움이 먼저 압도했습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환호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서안 어느 곳을 가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한 쪽은 폭력 안에서 번영하고, 다른 한 쪽은 폭력 속에서 박탈당하고 위협받으며 공포 속에 떨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그 전부터이긴 하지만) 1948년 이스라엘이 서구 제국의 협력으로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국가를 세울 때부터 대량 학살과 강제추방을 비롯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폭력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자행했습니다. 점령과 박탈, 억압이 70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목적은, 팔레스타인에서 가능한 많은 땅을 확보하고, 동시에 가능한 적은 수의 팔레스타인 사람을 남기는 것입니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전쟁 폭력 이외에도 팔레스타인과 사람들을 아무 것도 아니며, 존재해서도 안 되는 사람들로 만드는, 정교하지만 구역질나는 신화, 이념, 내러티브를 생산해 냅니다. 그러나 모두가 조작입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지도에서도, 현실에서도 완전히 지워버리려고 합니다. 팔레스타인은 없는 것입니다. 이는 역사의 어느 문명국가도 실행하지 못한 죽음충동입니다. 점령, 아파르트헤이트, 정착촌 식민주의, 모두가 죽음과 폭력에서 나옵니다. ㅡ팔레스타인의 환호성은 이스라엘 시오니즘, 파시즘, 식민주의의 결과일 뿐입니다. 나블루스에서 여성운동 활동가들과 지도자들을 만났을 때도, 한결같이 숨통이 트이고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폭격한 날, 오후 올리브 농장에 일을 도와 주러 갔습니다. 굳고 건조한 돌밭에서 올리브 열매가 푸른 물기를 머금고 매달려 있었습니다. “자타르와 올리브가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여기 남아있으리”라는 노래를 배우며 일을 하고 있는데, 건너 편 이스라엘 정착촌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올리브 농장을 불태우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하마스가 초기에 저지른 무참한 일들은 있으면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말로 이스라엘의 인종청소, 인간절멸 전쟁이 옹호될 수 있는 것은 결단코 아니며, 이스라엘의 폭력에 대한 침묵이 위선과 공모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이스라엘의 미래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지비한 억압과 강탈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그것은 미래가 아니라 묵시록의 종말일 것입니다. 두 국가가 해법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해방이 해법입니다.
베들레헴 난민촌 커뮤니티 센터에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 전사의 포스타가 붙어 있습니다. 레일라 칼레드(Leila Khaled)입니다. 1969년 비행기 납치를 해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시 세계에 환기시킨 사람입니다. 팔레스타인은 비행기라도 납치해야 거기 무슨 일이 있는가 보다 하는 정도로 거의 지워진 상태였습니다. 레일라 칼레드의 고향은 하이파였는데, 1948년 가족과 함께 레바논으로 피난 나온 뒤, 한 번도 고향에 돌아갈 수 없습니다. 만약 고향에 가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집 앞 오렌지 나무 아래서 하루 밤 자고 싶다”고 했습니다.

▲ 이스라엘 가자기구 공격 규탄 긴급행동 현장에서 휘날리는 팔레스타인 국기 ⓒ사단법인 아디
● 본 발언문은 2023년 10월 22일자 '이스라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에서 낭독한 발언문입니다.
팔레스타인 서안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
사단법인 아디 박상훈 대표
10월 초부터 저는 아디 팔레스타인 팀과 함께 서안지역을 방문 중이었습니다. 헤브론, 베들레헴을 거쳐 나블루스에 도착했을 때, 전쟁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침에 아디와 협력하고 있는 여성 트라우마 센터를 방문하러 나가는데, 사람들이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청년들은 팔레스타인 기를 들고 뛰어다녔습니다. 가자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에 폭격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두 기뻐하고 환호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이 광경이 잘 이해가 안 됐습니다. 이스라엘의 가공할 보복이 너무 명백했기 때문입니다. 외부인인 저도 두려움이 먼저 압도했습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환호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서안 어느 곳을 가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한 쪽은 폭력 안에서 번영하고, 다른 한 쪽은 폭력 속에서 박탈당하고 위협받으며 공포 속에 떨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그 전부터이긴 하지만) 1948년 이스라엘이 서구 제국의 협력으로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국가를 세울 때부터 대량 학살과 강제추방을 비롯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폭력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자행했습니다. 점령과 박탈, 억압이 70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목적은, 팔레스타인에서 가능한 많은 땅을 확보하고, 동시에 가능한 적은 수의 팔레스타인 사람을 남기는 것입니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전쟁 폭력 이외에도 팔레스타인과 사람들을 아무 것도 아니며, 존재해서도 안 되는 사람들로 만드는, 정교하지만 구역질나는 신화, 이념, 내러티브를 생산해 냅니다. 그러나 모두가 조작입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지도에서도, 현실에서도 완전히 지워버리려고 합니다. 팔레스타인은 없는 것입니다. 이는 역사의 어느 문명국가도 실행하지 못한 죽음충동입니다. 점령, 아파르트헤이트, 정착촌 식민주의, 모두가 죽음과 폭력에서 나옵니다. ㅡ팔레스타인의 환호성은 이스라엘 시오니즘, 파시즘, 식민주의의 결과일 뿐입니다. 나블루스에서 여성운동 활동가들과 지도자들을 만났을 때도, 한결같이 숨통이 트이고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폭격한 날, 오후 올리브 농장에 일을 도와 주러 갔습니다. 굳고 건조한 돌밭에서 올리브 열매가 푸른 물기를 머금고 매달려 있었습니다. “자타르와 올리브가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여기 남아있으리”라는 노래를 배우며 일을 하고 있는데, 건너 편 이스라엘 정착촌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올리브 농장을 불태우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하마스가 초기에 저지른 무참한 일들은 있으면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말로 이스라엘의 인종청소, 인간절멸 전쟁이 옹호될 수 있는 것은 결단코 아니며, 이스라엘의 폭력에 대한 침묵이 위선과 공모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이스라엘의 미래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지비한 억압과 강탈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그것은 미래가 아니라 묵시록의 종말일 것입니다. 두 국가가 해법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해방이 해법입니다.
베들레헴 난민촌 커뮤니티 센터에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 전사의 포스타가 붙어 있습니다. 레일라 칼레드(Leila Khaled)입니다. 1969년 비행기 납치를 해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시 세계에 환기시킨 사람입니다. 팔레스타인은 비행기라도 납치해야 거기 무슨 일이 있는가 보다 하는 정도로 거의 지워진 상태였습니다. 레일라 칼레드의 고향은 하이파였는데, 1948년 가족과 함께 레바논으로 피난 나온 뒤, 한 번도 고향에 돌아갈 수 없습니다. 만약 고향에 가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집 앞 오렌지 나무 아래서 하루 밤 자고 싶다”고 했습니다.
▲ 이스라엘 가자기구 공격 규탄 긴급행동 현장에서 휘날리는 팔레스타인 국기 ⓒ사단법인 아디
● 본 발언문은 2023년 10월 22일자 '이스라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에서 낭독한 발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