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우리의 시간과 그들의 절망 사이(이동화 활동가)

조회수 61


우리의 시간과 그들의 절망 사이

사단법인 아디 이동화 활동가



8개월 동안 지속되고 있다. 계절은 가을을 지나 겨울과 봄을 거쳐, 한국도 팔레스타인도 무척이나 더운 여름이 됐다. 37번째의 주말을 지났지만 여전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서의 전쟁범죄는 멈추질 않고 있고 그 끝이 보이질 않는다. 초창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언론을 뒤덮었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련 뉴스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고 사람들의 관심 역시 마찬가지이다.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나블루스 라는 도시에서 ‘팔레스타인 여성지원센터’ 프로젝트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필자는 당일의 현지 분위기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 날은 현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수십 년간 한 번도 무너진 적 없는 철옹성과 같은 이스라엘의 장벽이 무너지고,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강탈당한 빼앗긴 자신들의 땅에 조금이나마 도달한 순간이었기에 그들은 기뻐했고 환호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시선은 당일의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폭력성에 사로잡혔다. 언론과 권력에 의해 반복적으로 노출된 이스라엘의 피해는 참혹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었다.


이스라엘은 곧바로 하마스 박멸을 선언하며 인구 230만명의 전세계적인 인구밀집지역에 수백, 수천 톤의 폭탄을 쏟아부었다. 초창기 3달 동안에 쏟아 부은 폭탄의 양은 핵폭탄 2개 수준이라고 했다. 전쟁을 수행하는 군인의 사망보다는 아이와 여성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병원과 구급차가 공격당하고 학교와 종교시설, 난민보호시설이 파괴됐다. 전쟁을 보도하는 기자는 취재 중 자신 가족의 죽음을 실시간으로 보도해야 했다. 10월 7일이후 짧은 6일간의 휴전기간을 빼고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사망자와 부상자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늘어갔다. 사망자와 부상자, 실종자를 합친 숫자는 십만명을 훌쩍 넘어섰고 이제는 구호물품을 받으러 오는 이들까지 공격하고 있다.


계속되는 민간인 학살에 전세계의 비판이 높아지고 심지어 미국의 대통령도 휴전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오늘도 이스라엘의 폭격과 군사 공격은 멈추질 않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격퇴할 때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지만 소수의 지도부를 제외하고는 하마스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듯하다. 이스라엘 주장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 중 1만 5천명이 하마스라고 하는데, 이들이 하마스 전투원인지 민간인 인지 구분하는 최소한의 정보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전쟁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지켜야 할 규칙이 있고 의무가 있지만 이스라엘은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유엔도 미국도 그 어떤 나라도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와 학살을 막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박멸을 목표로 하지만 하마스와 너무도 무관한 이들이 계속 살해되고 있고,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최악의 현실은 나날이 갱신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는 전쟁의 참상을 치유하고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유엔이라는 기구를 창설하고 각종 국제조약과 법령을 만들었다. 특히 제노사이드 협약은 나치의 유대인학살을 반복시키지 않기 위해 만들어 졌지만 그 제노사이드 협약으로 이스라엘은 제소되었고 가해자임을 판정 받았다. 세계대전을 막지 못해 큰 참화를 겪었던 인류는 이스라엘의 지독한 점령을 70년 이상 견디며 지내는 이들의 처절한 현실을 어찌 바라봐야 할까? 우리 일이 아니라고 무심한 듯 지나쳤던 시간들이 쌓여 누군가에게 이토록 절망적인 현실을 발생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은 지나친 비약일까?


◈ 본문은 2024년 6월 27일자로 '인권연대' 실린 기고문입니다.

◈ 기고문 바로가기 : (링크)


주소 :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115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G402호  | 전화번호 : 82-2-568-7723 | 이메일 주소 : adi@adians.net 

고유번호 : 859-82-00276 | 대표자 : 박상훈

유엔 ECOSOC 특별협의지위 자격단체

기재부 고시 지정기부금단체 (기부금영수증 발부)


COPYRIGHTⓒ2016 ADI All rights reserved. 

SITE BY SANCHA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