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와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는 미얀마 젊은 세대를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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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번째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을 맞았다. 196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샤프빌에서 인종분리정책을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던 민간인 69명이 학살된 사건을 기리며 전세계의 인종차별의 야만성에 대한 경종을 울려왔다.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국민을 반투, 유색인, 백인으로 구분하여 주민등록법을 시행하고 인종별로 거주지를 나눈 뒤 정해진 지역을 벗어나면 항상 통행증을 소지하게 했다. 이에 반발하던 사람들은 당시 자신들이 통행증이 없으니 모두 체포하라며 샤프빌 지역 경찰서 앞에서 평화시위를 벌였다.

2021년 유엔은 인종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는 젊은 세대라는 주제를 선정했다.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온갖 차별과 부조리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며 삶을 개척하는 수많은 젊은 영웅들의 등장을 목격하고 있다. 이들은 관용과 평등의 문화를 확산하고 편견과 차별적 관행에 단호히 거부한다.

미얀마에서도 군사쿠데타 이후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민주주의 운동에 Z세대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Z세대는 1990~2012년에 태어난 미얀마 젊은 계층으로 민주주의를 잠깐이나마 경험한 새로운 세대를 대변한다. 이들은 자신감있고 적극적이다. 88세대 보다 열려 있다. 자신의 정체성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이 거리에서 외치는 구호는 아웅산 수치를 석방하라는 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헌법의 필요성을 포함한 다양한 이슈와 요구를 담고 있는 이유다.

미얀마는 다민족 다종교 사회다. 주류인 버마족을 비롯한 130개 이상의 민족이 공존해 왔고 불교 뿐만 아니라 기독교, 이슬람 등 17백만명(전체 인구의 ⅓)의 소수민족도 함께 살아왔다. 이를 대변하듯 Z세대에도 소수민족, 소수종교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민주주의 운동에 동참하는 이들도 많다. 최초의 반쿠데타 시위를 선두에서 이끌었던 청년도 소수민족 출신이다. 크리스찬, 무슬림 청년도 동참하고, 정체성을 숨기며 살던 로힝야 청년들도 함께하고 있다. 시민저항의 국면에서 다양한 배경의 이들은 그간의 차이와 어려운 문제를 뒤로하고 협력하고 있고, 양곤과 만달레이에서 그리고 소수민족주의 시골마을에서 새 헌법의 제정을 통해 포용적인 새로운 미얀마를 만들어가자는 공통된 외침도 들려오고 있다.

사실 미얀마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은 일상적이다. 군부독재 60년 동안 버마족 불교도 중심의 사회로의 재편, 즉 버마화는 추진되었고 소수민족은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았다. 독자적인 문화와 언어를 향유할 권리는 부인되었다. 학교에서 버마어를 쓰지 않으면 빰을 맞을 정도었다는 증언이 있을 정도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터전에 대한 권리도 인정받지 못했다. 함께 공존하자며 소수민족과의 동맹을 이끌었던 아웅산 장군의 약속은 그의 딸인 아웅산 수치 집권하에서도 지켜지지 않았다. 소수민족은 여전히 배제되어 왔고 권리도 보장받지 못했다.

특히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일상화된 미얀마에서 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 않다. 그 중에서도 미얀마에서 가장 잔인하고 심각한 혐오와 차별에 내몰린 사람들은 로힝야족이다. 2017년 로힝야는 집단학살, 반인도적 범죄, 전쟁범죄 등 가장 심각한 범죄의 피해를 입었는데도 미얀마 절대 다수는 가해집단인 미얀마 군대와 정부의 입장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아웅산 수치가 ICJ에서 군부를 두둔했을 때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 지지율이 오히려 상승했었다. 그래서 미얀마에서 발생한 쿠데타와 이에 저항하는 민주주의 운동을 지켜보는 로힝야족의 심경은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에서 미얀마 민주주의 운동을 지자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얀마 시민불복종 운동의 상징인 세 손가락을 내보이며 민주주의로의 회복을 위한 요구사항을 적은 종이를 든 이들은 마음 깊이 연대하고 있다. 우선 피해자가 열린 마음으로 인종차별을 극복하는 포용적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를 해오고 있다.

싸움에서 이기고 쿠데타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사람들의 인식이 한순간에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도 당해보니 로힝야가 당한 일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이해된다며 나중에 함께 하겠다는, 되돌아오는데 돕겠다’는 이야기가 SNS에 올라와 화재가 되었듯 로힝야족들의 지지와 연대는 관용과 포용의 씨앗이 되어 더 많은 버마족 불교도들의 마음에서 자라나길 기대한다. “지금 국면이 절망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기회이다. 우리가 군부의 지배에 함께 저항한다면 우리 모두의 권리를 보장하는 비전 아래 뭉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우리 역사상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오랜 차별과 혐오로 고통을 받은 로힝야족과 다른 소수민족의 아픔에 공감하고 포용적 민주주의를 쟁취를 통해 민주주의 회복에 그치지 않고 모두의 권리가 존중되고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오늘도 길거리로 나서는 미얀마의 Z세대에게 존경을 표하며 안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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