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올리브 나무와 분리 장벽 - 2023 팔레스타인 평화여행을 다녀오며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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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나무와 분리 장벽

사단법인 아디 전예원 활동가


▲ 나블루스 부근 부린마을 올리브 농장 전경 ⓒ사단법인 아디


지난 10월 4일부터 13일, 아디는 팔레스타인 평화여행에 다녀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었던 평화여행이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재개된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이번 여행을 통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삶을 가까이 체험하며 점령의 현실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매체에서 보던 팔레스타인의 이미지는 계속되는 무력 분쟁에 소란으로 가득할 듯했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점령의 현실은 생각보다 조용하며, 더욱 암담했습니다.

 

여행 첫날 마주한 베들레헴의 분리 장벽은 예상보다 더 높고 단단했습니다. 커다란 장벽에 둘러싸여 곳곳에 달린 카메라와 군 초소에 감시당하는 삶,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혀옵니다. 2002년 처음 분리 장벽이 건설된 후 십수 년의 증축과 보수를 거친 현재, 가자지구 전체와 서안지구의 수많은 지역은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작게는 3미터에서 10미터까지 이르는 높이에 수백 킬로미터 이상 이어진 분리 장벽은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서안지구를 조각내어 그 전체를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었습니다. 또한 장벽 사이와 도로 곳곳에 위치한 검문소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일자리조차 쉽게 구할 수 없도록 통제하고 있습니다.

 

▲ 베들레헴의 분리 장벽 ⓒ사단법인 아디 


아디의 트라우마힐링센터가 위치한 나블루스 부근 부린(Burin) 마을에는 올리브밭이 즐비해 있습니다. 올리브 나무는 팔레스타인의 상징이자 주요 경제 자원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나타내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참가자들은 부린 마을로 이동하여 현지 농부들과 함께 올리브 수확을 체험하고 서슴없이 바닥에 앉아 빵을 나눠 먹기도 했습니다.


▲ 올리브 열매를 수확하는 모습 ⓒ사단법인 아디 


그러나 수확 도중 목격한 현장은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건너편 언덕에 위치한 이치하르(Yitzhar) 정착촌의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올리브농장에 방화를 저질러 나무들이 불타고 있던 것입니다. 이전에도 수차례 발생했던 일이었습니다. 곳곳에 위치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괴롭힘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나블루스 이전에 방문했던 헤브론 지역에서는 정착민들이 건물 위층에 거주하면서 아래에 있는 주택과 상점에 돌, 쓰레기, 오물 등을 투척합니다. 지속되는 행동에 주민들은 그물망도 설치해 놓았지만, 쓰레기가 쌓이다 못해 주저앉고 결국 곳곳이 뚫려버리고 맙니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은 빼앗긴 집과 땅 그 자체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삶을 매일, 매 순간 갉아먹고 있습니다.


▲ 헤브론 정착민들이 내던진 쓰레기 ⓒ사단법인 아디 


가구, 의류, 사람, 주방 및 식당 테이블이(가) 표시된 사진 
자동 생성된 설명

▲ 불 타고 있는 부린마을 올리브 농장 ⓒ사단법인 아디 


이스라엘 도착 후 사흘째 되던 10월 7일 새벽, 가자지구의 지배 정파인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전례 없는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전쟁 발발로 우리 여행팀은 급히 귀국길에 올라야 했습니다. 이후 이스라엘은 현재까지 가자지구를 연일 맹폭하였으며, 하루에도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또한 가자지구 전면 봉쇄로 주민들은 심각한 물, 전기,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언론에 노출된 상황이지만, 현지에는 또 다른 문제들도 존재합니다. 일하러 나왔던 가자지구 사람들은 서안지구에, 서안지구 사람들은 가자지구에 발이 묶여 집도 가족도 없이 홀로 남겨져 있습니다. 나블루스 지역만 해도 200명 이상의 가자지구 사람들이 오갈 데 없어진 상황입니다. 보호자 없이 병원에 남겨진 어린이들도 있습니다. 또한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민들에 의해 집과 차가 부서지고 부상당하는 건 이제 일상입니다.


현재의 비상사태로 아디가 함께하는 트라우마힐링센터는 심리 상담, 법률 지원 등 평소의 일상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대신 연대하던 인근 기관들을 주도하여 전쟁 폭력 피해자들에게 심리적 응급 처치(Psychological First Aid(PFA))를 지원하기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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