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아수라장입니다. 대나무와 방수천으로 얼기설기 만들어진 임시쉘터, 재난적 폭우와 잦은 화재, 식량부족으로 인한 발육 부진과 영양실조, 각종 질병과 유행병 발생, 마약 밀매 조직들의 납치와 인신 매매, 캠프 통제권을 두고 벌이는 무장단체들 간의 무력충돌과 살해 위협, 방글라데시 군경의 통제와 폭력까지. 일일이 다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더 극한 상황이 올 수 있을까 싶었지만 올해 초 2월 날아든 건 안전한 송환이나 재정착의 기약은 커녕 유엔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의 식량 배급 축소라는 비보였습니다. 얼마 후에는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 난민 송환 파일럿 프로젝트 강행 소식과 실제 캠프 방문도 이어졌습니다. 미얀마 인권단체 프로그레시브 보이스(Progressive Voice)의 성명서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의 이번 방문에 일부 유엔 기구가 선박을 빌려주는 등 깊이 연루됐다는 내부 폭로까지 나왔습니다. 현재 미얀마 상황을 고려할 때 송환은 여의치 않다는 미첼 바첼레트 전(前) 유엔인권최고대표의 발언과는 엇박자를 내는 행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과 우직함으로 만들어 가는 정의의 한 끗
어쩌면 절망하기 충분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악화일로 상황 속에서도 로힝야 인권기록 활동가들은 성실함과 우직함으로 정의의 한 끗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언제가 될 지 모를 그 날을 기다리며 미얀마 군부의 반인륜 범죄 실태와 인권 피해 기록을 5년 넘게 지속하고 있습니다. 시민권 보장, 안전하고 자발적인 귀향, 반인륜 범죄의 책임자에 대한 재판과 정당한 처벌이라는 꿈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고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로힝야의 미래를 정의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로힝야 인권기록 활동가들 © 사단법인 아디
피해생존자들에게 가는 길은 위험천만합니다. 건기에는 뜨거운 바람을, 우기에는 폭우를 뚫고 캠프 전역을 누비며 피해생존자들을 찾아내고 만나야 합니다. 인터뷰를 하며 그 날의 아픈 기억을 들추고 다시금 자신의 트라우마를 마주해야 하는 것 역시 고통입니다. 방글라데시 정부에서 캠프 내 인권 활동을 금지한 탓에 감수해야 할 위험도 큽니다. 캠프 검문소를 지날 때마다 방글라데시 군경의 수색에 긴장해야 하고, 적발되면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지난 5년간 총 40개 마을의 피해생존자 1,101명 만나 진상조사
그렇게 5년의 시간을 쌓여 2022년까지 만난 피해생존자의 수는 1,101명에 이릅니다. 마을 수로 따지면 모두 40개입니다. 이들 피해생존자들의 증언과 증거를 담은 기록물들은 빠짐없이 유엔 미얀마독립조사기구(Independent Investigative Mechanism for Myanmar)에 제출됐습니다. 한 순간은 아니겠지만 긴 세월을 두고라도 반드시 진상 규명, 가해자 처벌, 피해자 구제 등 정의를 실현할 날이 올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미얀마 군부의 집단학살 관련 재판은 지난하지만 그들의 바람대로 조금씩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로힝야 강제추방과 학살 사건은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되어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와 별개로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튀르키예, 독일 등 국가에서도 *보편관할권(Universal Jurisdiction)을 적용해 조사에 착수하거나 이를 검토 중에 있습니다. 지난 해에는 미국 정부가 집단학살을 공식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활동가들은 오늘도 멈추지 않고 피해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허망하게 끝나지 않도록 하겠노라 의지를 되뇝니다.
*보편 관할권: 국제 범죄에 대해서 어느 나라에서도 재판 관할권이 인정되는 경우
그야말로 아수라장입니다. 대나무와 방수천으로 얼기설기 만들어진 임시쉘터, 재난적 폭우와 잦은 화재, 식량부족으로 인한 발육 부진과 영양실조, 각종 질병과 유행병 발생, 마약 밀매 조직들의 납치와 인신 매매, 캠프 통제권을 두고 벌이는 무장단체들 간의 무력충돌과 살해 위협, 방글라데시 군경의 통제와 폭력까지. 일일이 다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더 극한 상황이 올 수 있을까 싶었지만 올해 초 2월 날아든 건 안전한 송환이나 재정착의 기약은 커녕 유엔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의 식량 배급 축소라는 비보였습니다. 얼마 후에는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 난민 송환 파일럿 프로젝트 강행 소식과 실제 캠프 방문도 이어졌습니다. 미얀마 인권단체 프로그레시브 보이스(Progressive Voice)의 성명서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의 이번 방문에 일부 유엔 기구가 선박을 빌려주는 등 깊이 연루됐다는 내부 폭로까지 나왔습니다. 현재 미얀마 상황을 고려할 때 송환은 여의치 않다는 미첼 바첼레트 전(前) 유엔인권최고대표의 발언과는 엇박자를 내는 행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과 우직함으로 만들어 가는 정의의 한 끗
어쩌면 절망하기 충분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악화일로 상황 속에서도 로힝야 인권기록 활동가들은 성실함과 우직함으로 정의의 한 끗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언제가 될 지 모를 그 날을 기다리며 미얀마 군부의 반인륜 범죄 실태와 인권 피해 기록을 5년 넘게 지속하고 있습니다. 시민권 보장, 안전하고 자발적인 귀향, 반인륜 범죄의 책임자에 대한 재판과 정당한 처벌이라는 꿈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고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로힝야의 미래를 정의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로힝야 인권기록 활동가들 © 사단법인 아디
피해생존자들에게 가는 길은 위험천만합니다. 건기에는 뜨거운 바람을, 우기에는 폭우를 뚫고 캠프 전역을 누비며 피해생존자들을 찾아내고 만나야 합니다. 인터뷰를 하며 그 날의 아픈 기억을 들추고 다시금 자신의 트라우마를 마주해야 하는 것 역시 고통입니다. 방글라데시 정부에서 캠프 내 인권 활동을 금지한 탓에 감수해야 할 위험도 큽니다. 캠프 검문소를 지날 때마다 방글라데시 군경의 수색에 긴장해야 하고, 적발되면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지난 5년간 총 40개 마을의 피해생존자 1,101명 만나 진상조사
그렇게 5년의 시간을 쌓여 2022년까지 만난 피해생존자의 수는 1,101명에 이릅니다. 마을 수로 따지면 모두 40개입니다. 이들 피해생존자들의 증언과 증거를 담은 기록물들은 빠짐없이 유엔 미얀마독립조사기구(Independent Investigative Mechanism for Myanmar)에 제출됐습니다. 한 순간은 아니겠지만 긴 세월을 두고라도 반드시 진상 규명, 가해자 처벌, 피해자 구제 등 정의를 실현할 날이 올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미얀마 군부의 집단학살 관련 재판은 지난하지만 그들의 바람대로 조금씩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로힝야 강제추방과 학살 사건은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되어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와 별개로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튀르키예, 독일 등 국가에서도 *보편관할권(Universal Jurisdiction)을 적용해 조사에 착수하거나 이를 검토 중에 있습니다. 지난 해에는 미국 정부가 집단학살을 공식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활동가들은 오늘도 멈추지 않고 피해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허망하게 끝나지 않도록 하겠노라 의지를 되뇝니다.
*보편 관할권: 국제 범죄에 대해서 어느 나라에서도 재판 관할권이 인정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