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기록][이슈] 사람 생명의 가치는 동일한가?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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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분쟁을 다루다 보면 "과연 모든 사람의 생명은 동일한 가치를 지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되돌아가곤 합니다. 타이타닉 호의 잔해를 보러 갔다가 비명횡사한 부호(富豪) 5명의 사망 사건은 여전히 주목을 받으며 자주 기사로 다뤄집니다. 그러나 미얀마에서 박해받는 로힝야인들의 이야기는 파편처럼 드문드문 전해질 뿐입니다. 극단적인 비교일 수 있겠지만, 출신 국가나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생명의 가치가 다르게 취급되는 것을 보면서, 정말로 모든 생명이 똑같이 소중한가에 대한 의문이 다시 떠오릅니다.

미얀마 정부군과 아라칸 반군에 희생된 수많은 로힝야인들, 가족을 잃은 사람들, 성폭력 피해를 입은 로힝야 여성들의 이야기가 점점 무뎌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끔찍한 비극 앞에서도 모든 생명이 귀중하다는 가치를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지난 한 달: 로힝야 학살 7주기, 제2차 대학살로 방글라데시에 유입된 2만 명의 신규 난민, 방글라데시 정부의 제3국 재정착 촉구>

지난 2024년 8~9월 동안 로힝야 커뮤니티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8월 23일은 로힝야 학살 7주기였습니다. 저희 아디(Adi)와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를 비롯한 로힝야와 연대하는 21개의 국내 시민사회단체는 주한 미얀마 대사관 인근에서 '로힝야 학살 7주기 미얀마 군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사회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습니다. 방글라데시 로힝야 캠프에서도 이날을 기념하여 "로힝야 학살 추모(Rohingya Genocide Remembrance)", "희망은 집이다(Hope is home)", "우리 로힝야는 미얀마의 시민입니다(We Rohingya are the citizens of Myanmar)"와 같은 메시지를 들고 집회가 열렸습니다.


▲ 국내 21개 시민사회단체가 개최한 미얀마 군부 규탄 기자회견 ⓒ사단법인 아디

▲ 로힝야 학살 7주기를 맞아 방글라데시 캠프 내에서 열린 집회  © Aljazeera


하지만 이러한 평화로운 집회와는 대조적으로, 2017년의 로힝야 대학살보다 더 심각한 두 번째 대학살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미얀마 여성 평화 네트워크 이사인 와이와이 누(Wai Wai Nu)는 미얀마의 로힝야인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라카인 주에 있는 친척들과 친구들은 이번 사태가 2017년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번이 두 번째 집단학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마 이전보다 더 끔찍한 방식일 것이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아라칸군의 공격으로 20,000명의 신규 로힝야 난민이 방글라데시로 피신하여 치타공 내 난민 캠프에 비밀리에 정착했으며(방글라데시 정부는 16,00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별다른 구금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방글라데시 임시 정부의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2017년에 740,000명의 난민이 유입된 것과 비교하면 20,000명은 적은 수치일지 모르지만, 이번에 유입된 난민들은 대부분 심각한 부상이나 성폭력 피해를 입은 이들입니다.


끊임없이 로힝야 난민이 유입되면서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있는 난민 캠프는 세계 최대의 난민 캠프가 되었습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모두가 로힝야 난민을 거부하는 현실 속에서, 제3국으로의 재정착이 시급하다는 점을 국제이주기구(IOM)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난민들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제3국 정착은 필수적입니다. 국제이주기구는 2022년에 미국, 캐나다 등 제3국으로의 로힝야 난민 재정착 사업을 재개했으나, 진행은 매우 더딘 상태입니다.

변화의 속도는 더딜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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