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사회지원][활동] 예술로 로힝야 여성의 마음을 위로하는 공연 '[HEGIRA•SEASON•LANDSCAPE]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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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가 운영하는 난민캠프의 샨티카나 힐링센터에 특별한 손님이 왔습니다. 그는 예술활동가 한톨님. 로힝야 난민캠프를 오가며 로힝야 사람들과 연대해 오고는 있는 매우 특별한, 드문, 훌륭한 예술가이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아디와 현장에서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톨님은 로힝야 난민 여성들과 함께한 시간에서 글 낭독, 퍼포먼스, 헤지라 음악 듣기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한톨님이 로힝야 난민 캠프에서 마주한 삶의 풍경과 날씨를 사진, 소리, 글로 기록하는 일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워크숍에 참여한 로힝야 여성은 “마음이 좋았고 저의 마음은 거리에 떨어진 종이장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활동가가 주어서 읽고 우리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라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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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워크숍을 기획, 진행한 한톨님은 난민캠프 현장의 생생한 소리가 담겨있는 ‘Letter <HANGONGGI-HEGIRA•SEASON•LANDSCAPE > Op.1 No.1 Rohingya’ 곡에 대해 “이 곡은 로힝야 사람들에게 보내는 첫 답신입니다. 현장의 소리를 기록하며  귀 기울인 현장의 목소리에 응답하기 위해 문자 언어의 한계를 가로지르는 음악의 언어를 배웠습니다. 그렇게 더듬어 배운 언어로 혼란스러운 현장이 내는 소리에 나의 대답을 얹어서 만든 곡”이라고 했습니다. 

이 공연의 주제는 헤지라(HEGIRA, 히즈라,  الهجرة)인데요. 이는 서기 622년 무함마드가 박해 때문에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한 사건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한톨님은 ‘로힝야의 편지’ 등도 함께 소개했는데요. 편지에는 난민 캠프로 향하던 길에서 만나게 된 로힝야 청년 M의 환대에서 깨달은 점과 이후 거리에서 목격하게 된 로힝야 사람들의 발걸음에 담겨있는 힘과 생의 기운을 담아냈다고 전했습니다.  조금 길지만 아래에서 전문을 감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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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의 편지 © 한톨

로힝야 난민 캠프 안을 계속 걸었다. Army Road 라고 불리는 벽돌로 깔린 큰 길이 거대한 난민캠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이 길은 NGO를 위한 길이다. 난민을 빠르게 돕기 위한 길이라고 했다. 하지만 로힝야 난민이 살아가는 천막과 대나무로 지어진 집은 작은 흙길로 연결되어 있었다. Army Road에 비하면 실오라기 같았던 그 길은 로힝야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만들어진 길이었다. 그 길에서 로힝야 청년 M을 만났다. 나는 M의 인도를 따라 골목길을 같이 걸었다. 우물 터를 지나고 시장을 지나고 그들의 집집 사이를 지나 로힝야 청년들이 모여있는 한 장소에 도착해 그들과 함께 짜를 마셨다. 캠프 안에서도 로힝야 사람들의 환대는 이뤄지고 있었다. 무슬림에게 환대는 삶의 중요한 태도이자 실천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환대의 자리는 신이 내린 선물 같은 것이라고 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자리를 일어섰다. M은 나를 난민 캠프 안에 형성된 로힝야 시장이 있는 사거리까지 안내해 주었고 그곳에서 한 번 더 인사를 했다. M이 가고 난 뒤에 잠시 그곳에 앉아 사람들의 발걸음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발걸음을 조금 더 바라보고 싶었다. 수많은 로힝야 사람들이 흰 종이 조각 하나를 계속해서 밟으며 지나가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발걸음이 그 종이에 담겨 있을까. 나는 그 종이 위에 글이 쓰여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로힝야 사람들이 발걸음으로 쓴 편지 같다고 생각했다. 흙 자국만 있는 종이 위에는 어떤 글도 없었지만, 나를 관통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빈 종이를 주워들어 읽었다. 손바닥 안에 놓인 그 종이가 어릴 적 내 손에 앉은 어린 새 같았고, 나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떨리는 마음으로 긴장한 채 이 종이가 날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한동안 앉아 있었다. 그 종이에는 굳건한 발걸음의 힘이. 생의 기운이 가득히 담겨 있었다. 종이의 심장이 뛰고 있었다. 나는 그 심장 박동에 덩달아 떨었고, 그만 울음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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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을 걷어낸 풍경 © 한톨

이 얇고 날카로운 철조망에는 피가 흐르고 있다. 살아있다는 말이다. 국가 권력과 군사 폭력과 세계정세의 이해관계와 자본과 삶의 복잡한 욕망이 전기처럼 타고 흘러들어와 이 철조망에게 힘을 주고 권위를 부여하고 움직이게 한다. 철조망은 인간이 만든 기괴한 인공 생명체가 되었다. 

철조망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다. 지독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방글라데시 시민, 로힝야 사람이 철조망의 일부분을 걷어낸다 해도 소용이 없다. 철조망은 박테리아처럼 번식하고 성장한다. 

철조망은 차별과 혐오를 무기 삼아 보이지 않는 폭력을 마음껏 휘두른다. 이 철조망이 없다면, 보통의 풍경을 볼 수 있을까? 내가 이 철조망을 걷어낼 수는 없지만, 너무 숨이 막힌 나머지 철조망이 걷힌 풍경을 보고 싶었다. 평범한 삶의 풍경을 보고 안도하고 싶었다. 그 무해한 풍경을 보는 일이 왜 이토록 어려운지 모를 일이었다. 

나는 철조망을 지우고 그곳의 보통의 풍경을 그려 복원해 보고 싶었다. 철조망을 완전히 걷어낼 수 없어 흔적이 남고 상처가 남아 있더라도 식물도, 동물도, 사람도 철조망에 지워진 모습이 아닌 온전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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