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기록][출장기] 로힝야 난민캠프, Ken aso? - 하편

202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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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조해민 YP)의 로힝야 난민캠프 출장기는 상편과 하편으로 나뉩니다. 하편에서는 로힝야 인권 센터(RHRC) 커뮤니티에 방문했던 4일차부터 워크숍 종료 후 GBV(Gender Based Violence)피해 생존자 여성 인터뷰가 있었던 8일차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Ken aso? = 어떻게 지내?(How are you?와 같은 의미)



로힝야 인권 기록 활동가들을 만나다

 온라인 회의를 통해서만 만나던 로힝야 인권 기록 활동가들을 직접 만나는 날이다. 아디와 같이 활동하는 로힝야 활동가들은 어떤 공간에서 일을 하고, 어떤 일상을 지내고 있었는지 많은 궁금증을 안고 캠프로 가는 차에 올라탔다. 우리가 방문할 곳은 총 3곳이었는데 거리가 먼 지역도 있었던데다 엄청 복잡하게 얽혀있던 교통체증 때문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긴 여정을 함께해준, 캠프를 오가는 모든 길의 운전을 책임졌던 하빕과 RWWS의 루미, 지니아, 알람기르에게 감사했다.


▲ 로힝야 인권 기록 활동가들의 환대 ⓒ사단법인 아디

 아디 출장팀을 위해 마중 나와준 활동가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활동가들이 머물고 있는 쉘터로 들어섰을 때,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활동가들 뿐만 아니라 같이 살고 있는 가족들까지 엄청난 준비를 하며 우리를 환대해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를 동료로서 따스하게 맞아준 활동가들과 처음 만난 외지인에게 호의와 정성을 베풀어준 활동가의 가족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느꼈다.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 난민 캠프까지의 이야기

 로힝야 인권 센터 활동가들에게 콕스바자르로 넘어오기 전 미얀마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난민캠프로 온 이후 어떻게 정착하고 생활해 왔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부분 2017년 군부 학살 이후, 몇 명은 1992년에 군부의 학살을 피해, 또 다른 몇 명은 난민 캠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말했다. 어떤 활동가는 살던 집이 2017년 미얀마군에 의해 하루아침에 모두 불타버렸다고 했다. 삶의 터전과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을 때의 심정이 어땠을지 감히 짐작할 수도 없었다. 

 미얀마군의 학살을 피해 난민캠프에 도착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난민캠프에서 집을 마련하고 거주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난민캠프에 도착하면 쉘터를 지을 땅을 찾아야 하는데, 면적이 넓을수록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땅을 찾는 것도 일이다. 캠프에 먼저 피난 온 친척이 있다면 땅을 찾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CiC(Camp in Charge)의 배정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난민 캠프 안에서도 자본의 상황에 따라 격차가 생긴다. 경제적으로 더 취약한 난민일수록 더 열악한 환경에 내몰린다는 뜻이다.



난민 캠프에서도 녹록지 않은 상황


 난민들이 어렵게 자리 잡은 캠프 안에서도 일상은 순탄치 않다. 특히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몬순 시기에는 각종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쓰레기로 오염된 하천이 범람하면서 인근 쉘터들이 물에 잠기는 일이 발생하고, 하천 주변에 머물던 난민들은 부득이하게 높은 지대로 임시 피난을 가야만 한다. 게다가 캠프 내 모든 쉘터가 태양광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되는 비와 흐린 날씨로 인해 전력을 생산할 수 없게 되면 난민들은 제대로 된 전기조차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을 겪게 된다.



◀ 쓰레기로 오염된 하천 ⓒ사단법인 아디




 난관은 몬순 시기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로힝야 인권 센터의 한 활동가는 자신이 머무는 캠프에서 큰 화재가 발생해 쉘터가 불타버려 임시로 수리하긴 했지만, 재정난 때문에 완공이 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뒤에야 나는 그의 쉘터만 대나무 벽이 아닌, 컨테이너 재질의 판자벽으로 지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난민 캠프에 세워진 쉘터들은 대부분 대나무와 비닐처럼 불에 잘 타는 자재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수많은 난민이 거처를 잃고, 심한 경우 다치거나 죽기까지 한다.


화재로 임시로 세워둔 컨테이너 벽 ⓒ사단법인 아디 ▶





 아디 출장팀은 캠프와 캠프를 오고 가는 길에 구호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선 로힝야 난민들을 마주치게 되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도 어디가 줄의 끝일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구호품을 위해 모여들었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로힝야 난민들은 식량, 가스 등 많은 부분을 구호품에 의존하게 된다. 나는 자금 부족으로 인해 로힝야 난민에 대한 식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유엔식량계획(WFP)의 발표를 떠올리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 구호품을 받으러 가는 사람들 ⓒ사단법인 아디



차별과 폭력에 고립된 로힝야 난민 여성들

▲ 난민 캠프 내 로힝야 여성들의 인권상황에 대한 발표 화면 ⓒ사단법인 아디

 

  앞서 소개한 상황 외에도 로힝야 난민들은 여러 어려움을 겪지만, 그중에서도  여성들이 겪는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우리는 로힝야 인권 센터 활동가들과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현재 로힝야 난민 여성들의 인권 상황을 공유했다.
  로힝야 여성과 소녀들은 난민 캠프 내에서도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 많은 여성이 가정 내 폭력을 겪는 동시에, 구호품 보급소나 공공장소에서도 성추행을 포함한 GBV(Gender-Based Violence)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그러나 보수적인 성 규범과 여성에 대한 낙인 문화로 인해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다. 이와 더불어 보호 서비스의 부족과 제한된 예산으로 인해 피해 생존자를 지원하는 많은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는 상황이다. 로힝야 인권 센터의 활동가들은 종교 지도자들의 여성 억압적 율법 해석과 조혼으로 인한 교육 단절 등 여성이 남성에게 의존하도록 만드는 사회 문화적 구조 역시 로힝야 여성들을 GBV에 노출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점을 짚었다.  

 

▲ GBV 피해생존자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RW Welfare Society(RWWS)


  GBV 피해 생존자 여성과 인터뷰를 진행할때 로힝야 여성들이 받았던 고통을 여과 없이 느낄 수 있었다. 먼 타국에서 온 아디 출장팀은 피해 생존자인 여성들이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할까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오히려 타국에서 온 외부인이기 때문에 낙인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피해 여성들이 마음을 터놓기에 편한 상대가 되었다. 마침, 여성들 역시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을 공간이 간절히 필요하였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하는  피해 생존자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뿐이라는 사실에 답답함이 밀려오기도 했다. 언젠가 아디와 로힝야 인권 센터의 기록물이 피해 생존자 여성들에게 조금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길 바라며 인터뷰에 집중했다. 



희망은 어디에나 있음을 믿으며













▲ 워크숍 활동에 집중하는 활동가들(좌) / 로힝야 인권 센터 활동가들의 활동 내용(우) ⓒ사단법인 아디



 로힝야에 대한 박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수십 년이 흘렀지만, 로힝야 난민 캠프와 그 안에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여전히 열악하다. 오랜 세월 동안 드리운 어둠 속에서 빛이 들 틈조차 없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안에서도 희망을 믿고 묵묵히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느리지만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로힝야 인권 센터 활동가들과 함께한 워크숍은 활동가들의 열정을 확인하고 활동의 의지를 다지는 뜻깊은 계기가 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아 지칠 때도 있지만, 같은 뜻을 품고 함께 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언젠가 빛을 보게 되리라 믿음을 갖게 된다. 로힝야 난민을 위한 이들의 목소리가 더 멀리 퍼져 나가 희망을 가지고 오길 바란다. 아울러 현장을 함께 지켜온 RWWS 활동가들, 그리고 로힝야 인권 센터의 활동가들에게도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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