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한 끼를 향한 조준사격
월드 센트럴 키친(WCK)의 철학은 가자 지구에 도달했지만, 이스라엘은 인도주의를 허락하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인류에게 밥 주는 남자 We Feed People》 재난 구호 분야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유명한 요리사 "호세 안드레스”(José Andrés)와 그의 비영리 단체인 "월드 센트럴 키친"의 놀라운 12년 동안의 업적과 발전을 조명한다. |

▲영양실조 상태의 팔레스타인 아동 ⓒ하이삼 이마드/EPA
2023년 10월 9일, 이스라엘 국방부는 공식 발표를 통해 선언했다.
“가자 지구에는 전기도, 물도, 식량도 가지 않을 것이다.”
그 이후 지금까지, 가자 지구 전체는 인위적으로 조성된 기아 상황에 놓여 있다.
팔레스타인 긴급행동과 아디는 가자 지구 3차 긴급 모금을 통해 약 1억 7천만 원을 모았지만 그 돈은 3개월간 단 한 번도 사용되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가자 안에 음식을 구매할 수 있는 유통망이 전부 붕괴했고 외부 식량 반입 또한 철저히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조차 철수했다

▲가자 지구에서 철수한 월드 센트럴 키친의 주방 ⓒWCK
가자지구에서는 지금 인도주의 단체들조차 손을 쓸 수 없다.
재난 발생 시 식량 지원과 식량 안보 증진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단체 월드 센트럴 키친 (WCK, World Central Kitchen)은 전 세계 재난 현장에서 가장 먼저 식사를 만드는 구호 단체다. 허리케인, 산불, 지진, 전쟁 지역까지 이들이 가지 않는 현장은 없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당시 요리사이자 창립자인 호세 안드레스가 현지에 직접 들어가 식사를 만들며 시작한 월드 센트럴 키친은, 이제 연간 수천만 끼를 조리하는 초국적 식량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그들의 구호 방식은 빠르고 유연하다. 유엔이나 정부처럼 복잡한 체계를 기다리지 않는다. 지역 식재료를 사용하고, 지역 요리사와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에서 곧장 요리한다. 식량을 창고에 쌓아두지 않고 곧바로 요리를 만들어낸다.
다큐멘터리《인류에게 밥 주는 남자》는 월드 센트럴 키친의 이 철학을 기록한다. 재난 지역에 가장 먼저 도착해 “밥을 짓는 사람들.” 현장에 발 딛고, 기다리지 않고, 정부의 허가 없이도 직접 요리를 시작하던 이들. 그들에게 구호는 대단한 계획이 아니라 “끓는 냄비 하나와 따뜻한 의지”로부터 시작되었다. 음식은 생존 그 자체이며 인간의 존엄은 한 그릇의 따뜻한 식사로 회복된다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2024년 4월 1일, 이 믿음은 가자 지구에서 깨졌다.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월드 센트럴 키친 구호 차량 ⓒ아흐메드 자코트/REUTERS
그날, 이스라엘군은 월드 센트럴 키친의 구호 차량 3대를 연속 정밀 타격했다. 차량은 모두 월드 센트럴 키친 로고를 부착하고 있었으며, 사전에 조율된 ‘안전 통로’를 따라 이동 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군은 3차례에 걸쳐 차량을 정밀 타격했고 월드 센트럴 키친 소속 요리사 및 물류팀, 운전자 7명이 사망했다. 이들은 모두 비무장 민간인이었으며 국적은 팔레스타인, 미국, 영국, 폴란드, 캐나다, 호주에 걸쳐 있었다.

▲사망한 월드 센트럴 키친 활동가들의 여권 ⓒ압델 카림 하나/AP 사진
월드 센트럴 키친은 즉시 가자 지구에서 모든 활동을 일시 중단했고, 성명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This is not just an attack on WCK. This is an attack on humanitarian aid itself.”
“이건 단순히 WCK에 대한 공격이 아닙니다. 인도주의적 지원 자체에 대한 공격입니다.”
이 철수는 상징적이었다. 가장 빠르고 유연한 인도주의 단체조차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현실. 인류에게 밥을 주는 것을 사명으로 삼아온 이들마저 물러난 현실은 지금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는 식량 위기의 심각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이곳에선 더 이상 인도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
지금 가자 지구에선 굶주림이 무기다
유엔은 ‘통합 식량안보 단계 분류’(IPC)를 통해 특정 지역의 식량 상황을 ‘정상-경고-위기-비상-기근’ 5단계로 분류한다. 2025년 5월12일 유엔 보고서는 “가자지구 인구의 22%에 해당하는 47만 명이 기근(5단계)에 허덕이고 있다. 100만 명 이상(54%)은 비상(4단계) 상태, 그나마 상황이 나은 나머지 약 50만 명(24%)도 위기(3단계)에 직면해 있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가자지구 인구 전체가 식량 위기 상태 혹은 그 이상이며 어린이 7만 1천 명, 임산부·수유모 1만 7천 명이 급성 영양실조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식량 위기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한 땅의 모든 인구가 이렇게 굶주리고 있는 곳은 없다.
UNICEF는 “아이들이 풀뿌리와 동물 사료를 뜯어 먹는 사례가 보고됐다”라고 말했으며 세계식량계획(WFP)은 “가자 지구에서 실제로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하이삼 이마드/EPA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구호 음식을 배급받기 위해 서 있는 모습 ▶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여전히 식량 반입을 제한하고, 국제 지원을 받는 창고를 폭격으로 파괴하며, 분배망을 공습과 통행 제한으로 마비시킨다. 심지어 시민들이 공중에서 떨어지는 식량 낙하산을 향해 달려갈 때 이들을 조준 사격한다. “식량은 전쟁터에서 무기가 되었다.” 이는 월드 센트럴 키친이 철수를 발표하며 남긴 말 중 하나였다.
2025년 5월, 리야드 만수르(Riyad Mansour)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는
이스라엘의 기획된 파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State-engineered starvation.”
“국가에 의해 설계된 기아.”
식량을 차단하고, 식수 접근을 막고, 의약품을 통제하고, 구호 인력을 폭격하고, 물류망을 파괴하는 행위. 이는 명백한 국제인도법 위반이며 전쟁범죄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을 살해하고 있다.
인도주의는 어디까지 무력해질 수 있는가
한때 우리는 '인도주의’가 마지막 안전선이라 믿었다. 전쟁 중이라도 식량과 의료, 구조 활동은 중립적인 영역으로 존중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가자는 그 신념이 무너지는 장면을 생중계하고 있다. 무기가 아니라 냄비를 들고 들어갔던 사람들마저 목숨을 잃고 국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지금, 우리는 어떤 세계를 살고 있는가.
BBC 보도에 따르면 5월 26일부터 6월 18일까지 약 3주간, GHF 배급소 인근에서만 수백 명이 사망했다. GHF는 가자 지구에 극소량의 식량·의약품을 공급하면서도, 전량을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경로를 통해서만 유입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국제 구호 단체들이 거의 모두 철수한 현재 GHF는 가자 내 유일하게 작동 중인 공식 구호 통로지만, 그 진입로와 배급 허브 주변에서조차 이스라엘군은 살인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인도주의적 지원마저 자신들의 통제 아래 두려 한다. 이것은 단지 ‘지원 통제’가 아니다. 이는 생존을 볼모로 한 지배이며 굶주림과 공포를 ‘무기’로 사용하는 범죄다. 이런 행위를 자행하는 이들에겐 최소한의 인격조차 남아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다큐 속 호세 안드레스는 수없이 말한다. “정부는 느리다. 우리는 빠르다. 음식을 전할 수 있다면 전해야 한다.” 월드 센트럴 키친의 철수는 단지 NGO 한곳만의 포기가 아니다. 인류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냉혹한 경고다.
이 끓지 못한 냄비의 현실을 더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한다. 전해 져야 한다. 기억되어야 한다. 그것만이 인도주의가 이 시대를 버틸 수 있는 마지막 길일지도 모른다.
*글: 여름
이스라엘, 한 끼를 향한 조준사격
월드 센트럴 키친(WCK)의 철학은 가자 지구에 도달했지만, 이스라엘은 인도주의를 허락하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인류에게 밥 주는 남자 We Feed People》
재난 구호 분야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유명한 요리사 "호세 안드레스”(José Andrés)와 그의 비영리 단체인 "월드 센트럴 키친"의 놀라운 12년 동안의 업적과 발전을 조명한다.
▲영양실조 상태의 팔레스타인 아동 ⓒ하이삼 이마드/EPA
2023년 10월 9일, 이스라엘 국방부는 공식 발표를 통해 선언했다.
“가자 지구에는 전기도, 물도, 식량도 가지 않을 것이다.”
그 이후 지금까지, 가자 지구 전체는 인위적으로 조성된 기아 상황에 놓여 있다.
팔레스타인 긴급행동과 아디는 가자 지구 3차 긴급 모금을 통해 약 1억 7천만 원을 모았지만 그 돈은 3개월간 단 한 번도 사용되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가자 안에 음식을 구매할 수 있는 유통망이 전부 붕괴했고 외부 식량 반입 또한 철저히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조차 철수했다
▲가자 지구에서 철수한 월드 센트럴 키친의 주방 ⓒWCK
가자지구에서는 지금 인도주의 단체들조차 손을 쓸 수 없다.
재난 발생 시 식량 지원과 식량 안보 증진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단체 월드 센트럴 키친 (WCK, World Central Kitchen)은 전 세계 재난 현장에서 가장 먼저 식사를 만드는 구호 단체다. 허리케인, 산불, 지진, 전쟁 지역까지 이들이 가지 않는 현장은 없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당시 요리사이자 창립자인 호세 안드레스가 현지에 직접 들어가 식사를 만들며 시작한 월드 센트럴 키친은, 이제 연간 수천만 끼를 조리하는 초국적 식량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그들의 구호 방식은 빠르고 유연하다. 유엔이나 정부처럼 복잡한 체계를 기다리지 않는다. 지역 식재료를 사용하고, 지역 요리사와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에서 곧장 요리한다. 식량을 창고에 쌓아두지 않고 곧바로 요리를 만들어낸다.
다큐멘터리《인류에게 밥 주는 남자》는 월드 센트럴 키친의 이 철학을 기록한다. 재난 지역에 가장 먼저 도착해 “밥을 짓는 사람들.” 현장에 발 딛고, 기다리지 않고, 정부의 허가 없이도 직접 요리를 시작하던 이들. 그들에게 구호는 대단한 계획이 아니라 “끓는 냄비 하나와 따뜻한 의지”로부터 시작되었다. 음식은 생존 그 자체이며 인간의 존엄은 한 그릇의 따뜻한 식사로 회복된다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2024년 4월 1일, 이 믿음은 가자 지구에서 깨졌다.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월드 센트럴 키친 구호 차량 ⓒ아흐메드 자코트/REUTERS
그날, 이스라엘군은 월드 센트럴 키친의 구호 차량 3대를 연속 정밀 타격했다. 차량은 모두 월드 센트럴 키친 로고를 부착하고 있었으며, 사전에 조율된 ‘안전 통로’를 따라 이동 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군은 3차례에 걸쳐 차량을 정밀 타격했고 월드 센트럴 키친 소속 요리사 및 물류팀, 운전자 7명이 사망했다. 이들은 모두 비무장 민간인이었으며 국적은 팔레스타인, 미국, 영국, 폴란드, 캐나다, 호주에 걸쳐 있었다.
▲사망한 월드 센트럴 키친 활동가들의 여권 ⓒ압델 카림 하나/AP 사진
월드 센트럴 키친은 즉시 가자 지구에서 모든 활동을 일시 중단했고, 성명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This is not just an attack on WCK. This is an attack on humanitarian aid itself.”
“이건 단순히 WCK에 대한 공격이 아닙니다. 인도주의적 지원 자체에 대한 공격입니다.”
이 철수는 상징적이었다. 가장 빠르고 유연한 인도주의 단체조차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현실. 인류에게 밥을 주는 것을 사명으로 삼아온 이들마저 물러난 현실은 지금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는 식량 위기의 심각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이곳에선 더 이상 인도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
지금 가자 지구에선 굶주림이 무기다
유엔은 ‘통합 식량안보 단계 분류’(IPC)를 통해 특정 지역의 식량 상황을 ‘정상-경고-위기-비상-기근’ 5단계로 분류한다. 2025년 5월12일 유엔 보고서는 “가자지구 인구의 22%에 해당하는 47만 명이 기근(5단계)에 허덕이고 있다. 100만 명 이상(54%)은 비상(4단계) 상태, 그나마 상황이 나은 나머지 약 50만 명(24%)도 위기(3단계)에 직면해 있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가자지구 인구 전체가 식량 위기 상태 혹은 그 이상이며 어린이 7만 1천 명, 임산부·수유모 1만 7천 명이 급성 영양실조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식량 위기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한 땅의 모든 인구가 이렇게 굶주리고 있는 곳은 없다.
UNICEF는 “아이들이 풀뿌리와 동물 사료를 뜯어 먹는 사례가 보고됐다”라고 말했으며 세계식량계획(WFP)은 “가자 지구에서 실제로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하이삼 이마드/EPA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구호 음식을 배급받기 위해 서 있는 모습 ▶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여전히 식량 반입을 제한하고, 국제 지원을 받는 창고를 폭격으로 파괴하며, 분배망을 공습과 통행 제한으로 마비시킨다. 심지어 시민들이 공중에서 떨어지는 식량 낙하산을 향해 달려갈 때 이들을 조준 사격한다. “식량은 전쟁터에서 무기가 되었다.” 이는 월드 센트럴 키친이 철수를 발표하며 남긴 말 중 하나였다.
2025년 5월, 리야드 만수르(Riyad Mansour)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는
이스라엘의 기획된 파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식량을 차단하고, 식수 접근을 막고, 의약품을 통제하고, 구호 인력을 폭격하고, 물류망을 파괴하는 행위. 이는 명백한 국제인도법 위반이며 전쟁범죄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을 살해하고 있다.
인도주의는 어디까지 무력해질 수 있는가
한때 우리는 '인도주의’가 마지막 안전선이라 믿었다. 전쟁 중이라도 식량과 의료, 구조 활동은 중립적인 영역으로 존중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가자는 그 신념이 무너지는 장면을 생중계하고 있다. 무기가 아니라 냄비를 들고 들어갔던 사람들마저 목숨을 잃고 국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지금, 우리는 어떤 세계를 살고 있는가.
BBC 보도에 따르면 5월 26일부터 6월 18일까지 약 3주간, GHF 배급소 인근에서만 수백 명이 사망했다. GHF는 가자 지구에 극소량의 식량·의약품을 공급하면서도, 전량을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경로를 통해서만 유입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국제 구호 단체들이 거의 모두 철수한 현재 GHF는 가자 내 유일하게 작동 중인 공식 구호 통로지만, 그 진입로와 배급 허브 주변에서조차 이스라엘군은 살인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인도주의적 지원마저 자신들의 통제 아래 두려 한다. 이것은 단지 ‘지원 통제’가 아니다. 이는 생존을 볼모로 한 지배이며 굶주림과 공포를 ‘무기’로 사용하는 범죄다. 이런 행위를 자행하는 이들에겐 최소한의 인격조차 남아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다큐 속 호세 안드레스는 수없이 말한다. “정부는 느리다. 우리는 빠르다. 음식을 전할 수 있다면 전해야 한다.” 월드 센트럴 키친의 철수는 단지 NGO 한곳만의 포기가 아니다. 인류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냉혹한 경고다.
이 끓지 못한 냄비의 현실을 더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한다. 전해 져야 한다. 기억되어야 한다. 그것만이 인도주의가 이 시대를 버틸 수 있는 마지막 길일지도 모른다.
*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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