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영토에 설치한 장벽 ⓒ미니
팔레스타인과 나크바
유대 국가
열강들이 유대 민족에게 중립적인 땅에 대한 주권을 부여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인다면, 유대인 협회는 차지해야 할 땅에 관해 협상하게 될 것이다. 두 지역, 즉 팔레스타인과 아르헨티나가 고려되고 있다.
시오니즘의 아버지로 불리는 테오도르 헤르츨이 1896년에 발간한 <유대 국가>의 일부입니다. 19세기 말, 러시아와 유럽에서 반유대주의가 극심해지자 이에 대항해 일어난 정치운동이 시오니즘입니다.
시오니즘의 목표는 유대인의 국가를 세우는 것이었고, 여러 후보지 가운데 팔레스타인이 최종 목적지가 되었습니다. 당시 팔레스타인에는 40~50만가량의 아랍인이 살고 있었으며, 종교적으로는 다수가 무슬림(88%)이었고 그밖에 기독교인(9%)과 유대인(3%)도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1차 세계대전 때까지 오스만 제국의 일부였으나, 오스만 제국이 전쟁에서 패한 뒤 이 지역을 영국이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시오니스트는 영국의 지원을 받으며 유럽 등지에 있던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이주 정책을 추진합니다. 시오니즘이 사상이나 이념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구체적인 유대인 국가 건설 운동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플랜 D와 나크바
1947년 11월 29일 분할 결의안이 채택되었고, 1947년 12월 초 팔레스타인의 종족 청소가 개시되었다…시온주의 지도부는 -위임 통치가 종료되기 두 달 ‘전에’- 무력으로 팔레스타인 땅을 차지하고 원주민들을 쫓아내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플랜 달렛이 채택된 것이다. - 일란 파페,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많은 아랍인이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에 배타적인 유대 국가를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종 청소를 벌이는 것입니다. 유대 군대는 ‘플랜 D(달렛)’라는 작전 계획을 세우고, 아랍인을 추방하고 마을을 파괴하기 시작합니다.
1947년 12월 31일, 유대 군대 하가나(Haganah)가 하이파 인근 마을 발라드 알 셰이크(Balad al-Sheikh)에 대한 공격을 시작합니다. 이때 군인들은 ‘최대한 많은 성인 남성을 죽여라’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합니다. 유대 군대는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60~70명가량을 살해하고 주택을 파괴합니다. 대부분의 주민은 떠날 수밖에 없었고, 유대 군대는 마을을 점령합니다.
1948년 4월 9일, 또 다른 유대 군대 이르군(Irgun)과 스턴갱(Stern Gang)은 예루살렘 인근 마을 데이르 야신(Deir Yassin)을 공격합니다. 그들은 집집이 찾아다니며 기관총을 쏘고, 마을 사람을 한데 모아 집단 처형하고, 여성을 강간한 뒤 살해하기도 합니다. 이때 희생된 사람이 100여 명에 이릅니다.
이렇듯 유대 군대가 아랍인을 살해 또는 추방하는 동안, 당시 팔레스타인을 지배하고 있던 영국은 시오니스트를 지원하거나 학살을 수수방관합니다. 그리고 영국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배가 끝나는 1948년 5월 14일, 시오니스트들은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의 건국을 선포합니다.
이스라엘 건국 전후인 1947~1949년, 시오니스트가 팔레스타인에서 벌인 인종 청소를 나크바(Nakba. 대재앙을 뜻하는 아랍어)라고 합니다. 나크바 과정에서 시오니스트는 1만 5천 명가량을 살해하고, 75만 명가량을 난민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530여 개 마을과 도시를 파괴하고, 팔레스타인 땅의 78%를 점령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인은 5월 15일을 ‘나크바의 날’이라 부르며, 추방과 상실의 역사를 되새기고 있습니다.
난민과 귀환권
비록 플랜 D의 문구는 모호했지만, 그 목적은 국내에서 적대적이거나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아랍 세력을 제거하는 것이었으며, 이런 의미에서 민간인을 추방하는 데 정당성을 부여했다. 하가나는 4월과 5월에 플랜 D를 실행함으로써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의 발생에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 아비 슐라임, <철의 장벽 -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
시오니스트는 나크바 당시 아랍인의 대규모 사망에 대해 아랍 군대와 유대 군대의 전투 과정에서 일어난 우발적 사건이라고 합니다. 또 팔레스타인 난민이 자발적으로 떠났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유대 군대는 아랍 마을을 공격할 때 ‘청소’ 또는 ‘정화’해야 할 마을의 명단을 이미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1930년대 아랍 봉기에 참여한 적이 있는 사람이나 아랍 사회의 주요 인사 명단을 가지고 다니며 처형을 하기도 했습니다. 유대 군대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인종 청소를 실행에 옮겼으며, 생존자들은 공포에 질린 채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이 떠난 마을을 파괴하고 그곳에 유대인 마을 키부츠(Kibbutz)를 만들기도 합니다. 과거에 아랍인이 살았던 흔적을 없애기 위해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기도 하고, 아랍어로 되어 있던 마을 이름을 히브리어로 바꾸기도 합니다. 팔레스타인의 탈아랍화 및 유대화를 진행한 것입니다.
1948년 12월 통과된 유엔 총회 결의안 194호에는 팔레스타인 난민이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원할 경우 ‘가능한 한 조속히 그들이 귀환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난민을 ‘침입자’로 규정하고 사살했습니다.
끝나지 않은 나크바
이스라엘은 난민의 귀환권을 부정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있었던 일명 ‘평화협상’에서도 난민에 관한 논의를 외면해 왔습니다.
유엔은 1949년 UNRWA(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를 설립하고, 이후 팔레스타인 난민을 지원해 왔습니다. UNRWA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3년 현재 UNRWA에 등록된 난민의 수는 590만 명에 이르며, 나크바 과정에서 쫓겨난 이들과 그들의 후손이 포함됩니다.
2024년 10월 이스라엘 의회는 UNRWA와 관련한 법안을 통과시킵니다. 이 법의 내용 가운데 하나는 이스라엘 영토 안에서 UNRWA의 활동을 금지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정부 기관이나 공무원이 UNRWA와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UNRWA가 활동하려면 팔레스타인 내외부를 통제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접촉할 수밖에 없음에도 이를 금지한 것입니다. 이로써 48년 점령지(이스라엘)는 물론 67년 점령지인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에서도 UNRWA의 활동이 중단 또는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2023년 10월 7일부터 2025년 4월까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으로 살해되거나 실종된 팔레스타인인이 6만 명을 넘습니다. 이번 전쟁으로 가자 주민의 90%에 해당하는 190만 명가량이 난민이 되었는데, 이 가운데는 나크바 때 가자로 피난을 왔던 사람이 다시 난민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2025년에도 ‘나크바’는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 글 : 미니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영토에 설치한 장벽 ⓒ미니
팔레스타인과 나크바
유대 국가
열강들이 유대 민족에게 중립적인 땅에 대한 주권을 부여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인다면, 유대인 협회는 차지해야 할 땅에 관해 협상하게 될 것이다. 두 지역, 즉 팔레스타인과 아르헨티나가 고려되고 있다.
시오니즘의 아버지로 불리는 테오도르 헤르츨이 1896년에 발간한 <유대 국가>의 일부입니다. 19세기 말, 러시아와 유럽에서 반유대주의가 극심해지자 이에 대항해 일어난 정치운동이 시오니즘입니다.
시오니즘의 목표는 유대인의 국가를 세우는 것이었고, 여러 후보지 가운데 팔레스타인이 최종 목적지가 되었습니다. 당시 팔레스타인에는 40~50만가량의 아랍인이 살고 있었으며, 종교적으로는 다수가 무슬림(88%)이었고 그밖에 기독교인(9%)과 유대인(3%)도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1차 세계대전 때까지 오스만 제국의 일부였으나, 오스만 제국이 전쟁에서 패한 뒤 이 지역을 영국이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시오니스트는 영국의 지원을 받으며 유럽 등지에 있던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이주 정책을 추진합니다. 시오니즘이 사상이나 이념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구체적인 유대인 국가 건설 운동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플랜 D와 나크바
1947년 11월 29일 분할 결의안이 채택되었고, 1947년 12월 초 팔레스타인의 종족 청소가 개시되었다…시온주의 지도부는 -위임 통치가 종료되기 두 달 ‘전에’- 무력으로 팔레스타인 땅을 차지하고 원주민들을 쫓아내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플랜 달렛이 채택된 것이다. - 일란 파페,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많은 아랍인이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에 배타적인 유대 국가를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종 청소를 벌이는 것입니다. 유대 군대는 ‘플랜 D(달렛)’라는 작전 계획을 세우고, 아랍인을 추방하고 마을을 파괴하기 시작합니다.
1947년 12월 31일, 유대 군대 하가나(Haganah)가 하이파 인근 마을 발라드 알 셰이크(Balad al-Sheikh)에 대한 공격을 시작합니다. 이때 군인들은 ‘최대한 많은 성인 남성을 죽여라’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합니다. 유대 군대는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60~70명가량을 살해하고 주택을 파괴합니다. 대부분의 주민은 떠날 수밖에 없었고, 유대 군대는 마을을 점령합니다.
1948년 4월 9일, 또 다른 유대 군대 이르군(Irgun)과 스턴갱(Stern Gang)은 예루살렘 인근 마을 데이르 야신(Deir Yassin)을 공격합니다. 그들은 집집이 찾아다니며 기관총을 쏘고, 마을 사람을 한데 모아 집단 처형하고, 여성을 강간한 뒤 살해하기도 합니다. 이때 희생된 사람이 100여 명에 이릅니다.
이렇듯 유대 군대가 아랍인을 살해 또는 추방하는 동안, 당시 팔레스타인을 지배하고 있던 영국은 시오니스트를 지원하거나 학살을 수수방관합니다. 그리고 영국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배가 끝나는 1948년 5월 14일, 시오니스트들은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의 건국을 선포합니다.
이스라엘 건국 전후인 1947~1949년, 시오니스트가 팔레스타인에서 벌인 인종 청소를 나크바(Nakba. 대재앙을 뜻하는 아랍어)라고 합니다. 나크바 과정에서 시오니스트는 1만 5천 명가량을 살해하고, 75만 명가량을 난민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530여 개 마을과 도시를 파괴하고, 팔레스타인 땅의 78%를 점령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인은 5월 15일을 ‘나크바의 날’이라 부르며, 추방과 상실의 역사를 되새기고 있습니다.
난민과 귀환권
비록 플랜 D의 문구는 모호했지만, 그 목적은 국내에서 적대적이거나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아랍 세력을 제거하는 것이었으며, 이런 의미에서 민간인을 추방하는 데 정당성을 부여했다. 하가나는 4월과 5월에 플랜 D를 실행함으로써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의 발생에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 아비 슐라임, <철의 장벽 -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
시오니스트는 나크바 당시 아랍인의 대규모 사망에 대해 아랍 군대와 유대 군대의 전투 과정에서 일어난 우발적 사건이라고 합니다. 또 팔레스타인 난민이 자발적으로 떠났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유대 군대는 아랍 마을을 공격할 때 ‘청소’ 또는 ‘정화’해야 할 마을의 명단을 이미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1930년대 아랍 봉기에 참여한 적이 있는 사람이나 아랍 사회의 주요 인사 명단을 가지고 다니며 처형을 하기도 했습니다. 유대 군대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인종 청소를 실행에 옮겼으며, 생존자들은 공포에 질린 채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이 떠난 마을을 파괴하고 그곳에 유대인 마을 키부츠(Kibbutz)를 만들기도 합니다. 과거에 아랍인이 살았던 흔적을 없애기 위해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기도 하고, 아랍어로 되어 있던 마을 이름을 히브리어로 바꾸기도 합니다. 팔레스타인의 탈아랍화 및 유대화를 진행한 것입니다.
1948년 12월 통과된 유엔 총회 결의안 194호에는 팔레스타인 난민이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원할 경우 ‘가능한 한 조속히 그들이 귀환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난민을 ‘침입자’로 규정하고 사살했습니다.
끝나지 않은 나크바
이스라엘은 난민의 귀환권을 부정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있었던 일명 ‘평화협상’에서도 난민에 관한 논의를 외면해 왔습니다.
유엔은 1949년 UNRWA(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를 설립하고, 이후 팔레스타인 난민을 지원해 왔습니다. UNRWA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3년 현재 UNRWA에 등록된 난민의 수는 590만 명에 이르며, 나크바 과정에서 쫓겨난 이들과 그들의 후손이 포함됩니다.
2024년 10월 이스라엘 의회는 UNRWA와 관련한 법안을 통과시킵니다. 이 법의 내용 가운데 하나는 이스라엘 영토 안에서 UNRWA의 활동을 금지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정부 기관이나 공무원이 UNRWA와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UNRWA가 활동하려면 팔레스타인 내외부를 통제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접촉할 수밖에 없음에도 이를 금지한 것입니다. 이로써 48년 점령지(이스라엘)는 물론 67년 점령지인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에서도 UNRWA의 활동이 중단 또는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2023년 10월 7일부터 2025년 4월까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으로 살해되거나 실종된 팔레스타인인이 6만 명을 넘습니다. 이번 전쟁으로 가자 주민의 90%에 해당하는 190만 명가량이 난민이 되었는데, 이 가운데는 나크바 때 가자로 피난을 왔던 사람이 다시 난민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2025년에도 ‘나크바’는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 글 : 미니
🇵🇸 Webzine.P@lestine 창간호 “귀환은 꿈이 아닙니다. 우리의 땅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