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다] “귀환은 꿈이 아닙니다. 우리의 땅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〇 [듣다]는 팔레스타인, 혹은 그와 관련된 분쟁 피해 생존자의 인터뷰를 다루는 코너입니다.

〇 이 글에 담긴 인터뷰는 2025년 4월 18일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 발라타 난민 캠프(Balata refugee camp)에 있는 하르브 씨의 집에서 아랍어로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뷰 및 번역은 사단법인 아디와 (재)바보의 나눔이 지원하는 팔레스타인 여성지원센터 “Speak-up” 프로젝트 참여자 살와 아야쉬(Salwa Ayash)씨가 맡아주셨습니다.




“귀환은 꿈이 아닙니다. 우리의 땅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 

 소설 <소년이 온다>의 작가 한강은 2009년 용산 참사를 계기로 1980년의 광주를 떠올렸고, 작품을 쓰기 위해 1980년 광주에서 희생된 한 젊은 야학 교사의 질문을 반대로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거대한 폭력 앞에서 종종 무력해지는 우리는 역사의 거울에 현재를 비춰보며 답을 얻는데, 이는 짧은 인류사 속에서도 반복되어온 오래된 통찰입니다. 삿된 세상을 저버리지 않을 용기를 얻으려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나크바’를 다시 봅니다. 

 나크바(Nakba). 그 공포로 점철된 이름, 시오니스트 무장 세력에 의해 최소 1만 5천 명이 살해되고 수십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그해에, 하르브 씨(84세)는 고작 7세였습니다. 하즈 무함마드 마흐무드 압둘카데르 하르브(Hajj Mohammed Mahmoud Abdulqader Harb)씨는 1948년 나크바의 생존자입니다. 일곱 살의 그는 지금은 비워진 마을, 미스카(Miska)에 살고 있었습니다. 하르브 씨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을 시작했습니다.


▲ 인터뷰 중인 하르브 씨 ⓒ사단법인 아디


 그가 묘사하는 고향은 평범하면서도 따뜻한 삶이 이어졌던 공간입니다.

 "우리 가족은 한집에 살았어요. 방도 여러 개 있었고, 온 가족이 함께 자던 기억이 납니다. 집 앞에는 정원이 있었어요. 아버지가 항상 파슬리, 고추, 오렌지 나무, 레몬 나무 같은 것을 심으셨죠. 이 기억들은 제 머릿속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 현재의 팔레스타인과 미스카 마을 지도 ⓒOpenStreetMap contributors 


 그 시절 미스카는 대략 800명에서 1,000명가량이 거주하던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하르브 씨는 마을 전체가 하나의 큰 가족 같았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명절이 되면 800~1,000명 정도의 마을 주민 전체가 가족처럼 함께 했어요.”

 “사랑과 정이 가득했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구별이 없었어요. 땅을 가진 이는 없는 이를 위해 집을 지어줬습니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마을 모두가 가족 같았어요.” 

 “명절이 오면 마을 사람들은 한데 모여 축제를 즐겼고, 하루하루는 지금보다 훨씬 길고 풍성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1948년, 이스라엘 시오니스트 무장 세력의 침공으로 미스카는 강제로 비워졌습니다. 학살과 강제 이주를 동반한 거대한 인종 청소에 희생된 수많은 마을이 그렇듯이, 말 그대로 ‘진공 상태’가 된 것입니다. 그는 가족과 함께 고향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나크바 과정에서 시오니스트들은 팔레스타인인 약 1만 5천 명을 살해하고, 75만 명가량을 난민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530여 개 마을과 도시를 파괴하고, 팔레스타인 땅의 78%를 점령했습니다.

 “나크바 당시 우리는 땅도, 집도, 가축도, 양 떼도, 모든 것을 두고 도망쳐 난민이 되었습니다. 먹는 음식과 물, 바라보는 하늘과 땅 모든 것이 변했고 내 삶의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더 이상 삶이 아닙니다. 그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하르브 씨에게 나크바는 단지 과거의 비극이 아닙니다. 그는 지금도, 가자 지구(Gaza Strip)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을 보며 당시의 고통이 되살아난다고 말합니다.

 “ 지금 가자 지구의 잔혹한 고통은 우리에게 1948년도, 1967년도 모두 잊게 만들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지금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실제로 벌어질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매일 50~60명의 가자 지구 사람이 순교하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걸 지켜보면 마음이 찢어집니다. 가자는 우리의 맥박이며 감정이자 심장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가자 지구와 함께 할 것입니다.”

 하르브 씨는 격정적이지 않고 오히려 담담하게 얘기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수십 년간 쌓여온 아픔과 분노,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담겨 있습니다.

 "귀환은 꿈이 아닙니다. 우리의 땅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하르브 씨는 어린 시절의 미스카 마을을 떠올리며, 자녀와 함께 그 땅을 다시 밟을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우리의 땅을 걸으며 ‘여기가 우리의 땅이야. 우리의 태양이고 우리의 집이야. 여기가 우리 포도밭이야’라고 말하는 날을 꿈꿉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하늘에 기도합니다. 자신의 생이 조금 더 이어져, 다음 세대에게 고향을 직접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 삶을 2027년까지 연장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제 삶을 연장해 주셔서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땅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고 싶습니다. 귀환은 단순한 꿈이 아닙니다. 우리는 반드시 돌아갈 것입니다.”



 끝날 기미도 없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학살에,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때로 주눅 들고 옅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팔레스타인인의 의지는 여전히 강력하고 견고합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지치는 순간이 올 때, 나크바를 떠올린다고 합니다. 팔레스타인인에게 나크바는 단지 고통과 슬픔만을 가져오는 역사는 아닙니다. 그 끔찍했던 나크바에도 맞서 싸우던 이들이 있었고, 하르브 씨처럼 살아남아 그 존재 자체로 유의미한 증언이 되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폭력이 몸집을 키우고 연쇄되는 동안, 정의와 연대를 향한 연대 역시 세대를 뛰어넘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의 귀환을 향한 의지는 단지 개인의 서사가 아니라, 수많은 팔레스타인인의 마음과도 맞닿아 있는 것입니다.



*글 : 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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